한계 돌파하는 과학기술

투명하고 수평적 문화가
연구원 협력·몰입도 높여
[스트롱코리아] 연구실 '역동성'은 리더의 몫… 권위의 벽 낮추고 소통하라

창의성이 발현되는 연구문화가 정착되려면 연구실 책임자의 리더십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령RNA와 마이크로RNA(miRNA)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사진)의 연구실 분위기는 어떨까.

홍성욱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2010년 과학기술학연구지에 김 교수가 운영하는 RNA실험실 구성원 18명을 대상으로 실험실 내 소통 구조, 행동 방식, 갈등 해소 과정을 지켜보는 관찰실험을 진행한 뒤 논문을 냈다.

홍 교수팀은 관찰실험을 통해 연구실의 창의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 교수가 miRNA를 연구주제로 선점한 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는 연구를 선호하고 평소 실험실 대학원생에게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 연구”를 강조한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위험도가 높지만 보상이 큰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실험실 문화로 가져간 것이다.

김 교수 연구실은 한국 대학에 만연해 있는 권위적 연구문화보다 투명하고 수평적 문화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연구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갈등 요소인 논문의 저자 자격을 주는 문제에서 잡음이 없었다.

일부 연구실은 연구에 기여도가 낮은 연구자라도 친소관계를 따지거나 취업 등 연구실적이 필요한 경우 교수 재량으로 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이 협력연구를 할 때 자신만을 위해 실험 데이터를 챙기는 등 실험실 내에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홍 교수는 “김 교수 연구실에서는 연구에 참여한 모든 저자의 동의를 받아야 성과로 인정하고 철저히 연구 실적만을 따지는 등 공정한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서로 믿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여러 사람이 하는 협력연구에서 시너지가 났다”고 덧붙였다.

연구비 관리의 투명성도 창의성을 높이는 조건으로 제시했다. 연구 책임자가 개인적 용도로 연구비를 사용하는 사례가 종종 적발되기도 한다. 투명한 연구비 관리는 연구자의 연구 몰입도를 높이고 조직의 투명성을 뒷받침하는 조건이라고 홍 교수는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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