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6시에 식사하고 싶은데요. 5명이 넘어야 예약이 된다고요? 흠, 보통 그 시간대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앞으로 전 세계 식당과 미용실 종업원들은 전화로 이처럼 예약하는 ‘인공지능(AI) 손님’들을 상대하게 될 전망이다. AI 비서 플랫폼이 사람의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질 만큼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한층 더 사람에 가까워진 AI

구글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엠피시어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 I/O 2018’에서 AI 비서가 사용자를 대신해 식당이나 병원, 미용실 등을 예약하는 ‘듀플렉스(Duplex)’ 기능을 시연했다.

AI 비서 구글어시스턴트는 인간 비서처럼 행동했다.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답이 들리자 예약이 가능한 시간대를 문의했다. 예상 대기시간 등 사용자가 궁금해할 만한 부가 정보들도 수집했다. 대화 중간에 한 호흡을 멈추거나 ‘으흠’과 같은 의성어를 내뱉는 소리도 영락없는 사람이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소상공인 중 60%는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는다”며 “동네의 작은 가게들을 AI로 해결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듀플렉스 서비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다. “거실 온도를 20도로 내리고 조명도 낮춰줘”처럼 두 가지 이상의 지시가 섞인 복합적인 질문을 알아듣는다. AI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시를 나눠서 할 이유가 없다는 게 피차이 CEO의 설명이었다.

사용자가 새로운 명령을 내릴 때마다 구동 명령어 ‘헤이 구글’을 반복해 외쳐야 했던 불편함도 사라진다. 한 번 구글을 부르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면 연결된 명령으로 간주해 순차적으로 지시를 처리하게 된다. 어린이 이용자가 공손하게 질문하면 칭찬하는 ‘프리티 플리즈(pretty please)’ 기능도 눈에 띈다.
"여보세요, 식당이죠?"… 전화 걸고 주문하는 구글AI
◆‘디지털 웰빙’ 기능도 추가

구글의 간판 앱(응용프로그램)에도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된다.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인 G메일엔 ‘스마트 컴포즈(smart compose)’로 불리는 자동 완성기능이 들어간다. 한두 글자만 입력해도 사용자들이 이메일에 입력할 다음 문장을 AI가 예측해 회색 글씨로 연하게 띄워준다. 추천 문구가 마음에 들면 탭 키를 누르면 된다.

사진 관리 프로그램인 구글포토에선 PDF 변환 기능을 주목할 만하다. 책이나 서류를 카메라로 찍어 PDF 파일로 변환할 수 있다. 서류 문구 중 일부를 텍스트 형태로 오려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오래된 사진을 컬러사진으로 바꿔주거나 사진에서 인물을 뺀 배경만 흑백으로 전환하는 기능도 추가된다.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P는 ‘디지털 웰빙’에 중점을 뒀다. 사용자가 어떤 앱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지 알려주고, 일정 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화면이 흑백으로 변하는 기능을 집어넣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마운틴뷰=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