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한국의 페북·우버 나오려면 대기업의 벤처 M&A 늘어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닌 초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순수 민간자본으로 ‘매쉬업엔젤스 개인투자조합 1호’ 펀드를 결성했습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 매쉬업엔젤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택경 대표(사진)는 8일 기자와 만나 이재웅 다음(DAUM·현 카카오) 창업자, 장병규 블루홀 의장 등과 함께 최근 25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펀드를 8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라며 “펀드 결성에 맞춰 김현영 전 옐로모바일 이사, 이영일 컴투스 창업자 등도 새 파트너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매쉬업엔젤스는 2013년 초기 스타트업을 돕는 ‘엔젤 투자’ 네트워크로 시작했다. 국민 명함 앱(응용프로그램) ‘리멤버’를 개발한 드라마앤컴퍼니, 인테리어 정보 제공·구매 플랫폼 ‘오늘의집’을 개발한 버킷플레이스, 실시간 원어민 영어회화 앱 ‘튜터링’을 개발한 튜터링 등 지금까지 61개 스타트업에 총 7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실무경험을 갖춘 벤처 전문가들을 꾸준히 영입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공동창업자 출신인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선배인 이재웅 씨와 함께 1995년 다음을 설립한 뒤 2008년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다음에 있을 때부터 엔젤 투자를 하면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당시 많은 지인이 창업했다가 경험 부족으로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와줄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대표는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등과 2010년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설립했다. 하지만 기업당 5000만원 수준에 머물던 투자를 1억~3억원대로 늘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매쉬업엔젤스를 차렸다. 그는 “기존 벤처캐피털과 프라이머가 투자하지 않는 틈새 영역을 중심으로 엔젤 네트워크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인수합병(M&A)이 좀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면 되지, 뭐 하러 사’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라고 비판하는 시선을 의식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대기업이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국내에서 페이스북, 우버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한국에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는 것은 규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속인주의가 강한 문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들이 외국인 유치나 외국 자본 도입에 적극 나서고 글로벌 시장에도 활발히 진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선배 창업자로서 국내 스타트업업계의 멘토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함께 있으면 열정과 꿈,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며 “새롭게 영입한 파트너들과 함께 국내 스타트업 활성화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