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인터넷 검색 기록을 스스로 지울 수 있게 됐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8700만 명의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은 페이스북이 고강도 자구책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 F8 기조연설을 통해 “수개월 내에 페이스북에서 웹 검색 기록을 삭제하거나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클리어 히스토리(clear history)’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검색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광고 영업에 활용했다.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마다 평소 자주 검색한 상품의 광고가 등장했던 이유다. 이 기능 추가로 사용자들은 원치 않는 광고물에서 자유로워질 길이 열리게 됐다. 검색 기록 공개를 거부한 사용자들의 정보는 ‘익명’의 데이터 그룹으로 분류돼 전체 사용자의 성향 분석에만 활용될 예정이다.

저커버그 CEO는 클리어 히스토리 기능을 활용하면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도 언급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받거나 페이스북 계정을 활용해 다른 웹사이트에 로그인하는 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F8에서 스마트폰이나 PC에 연결하지 않아도 작동이 가능한 가상현실(VR) 장비인 오큘러스 고를 공개했다. 가격은 199달러(32GB 기준)며 이날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큘러스 고는 VR 기기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페이스북이 사용자 10억 명을 목표로 개발한 야심작이다.

기존 VR 장비처럼 게임시장만을 겨냥하지는 않았다는 게 특징이다. 실시간으로 스포츠 경기장이나 콘서트장을 찾았을 때와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오큘러스 베뉴’,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이 가상 공간에서 대화하고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는 ‘오큘러스 룸’ 등이 차별화 기능으로 꼽힌다.

페이스북은 기존 온라인 서비스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페이스북에서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에게 데이트 요청을 할 수 있도록 ‘데이팅’ 서비스를 시작한다.

새너제이=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