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나 비료로 사용되거나 폐기물처럼 버려지던 쌀겨(미강)에 수면을 돕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승목 한국식품연구원 기능성식품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등은 쌀겨에 포함된 성분이 수면을 돕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내고 이를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쌀겨에 수면 증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쌀 도정 과정에서 나오는 쌀겨는 국내서 해마다 70만t 가량 나온다. 쌀겨는 국내 농업에서 나오는 최대 부산물이자 양질의 식품 원료지만 30%만 미강유 제조에 활용될 뿐 나머지는 사료로 사용되거나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연구진은 쌀겨 추출물을 실험쥐에 투여한 결과 깊은 수면을 뜻하는 비렘수면 시간이 늘어나고 잠이 드는 데까지 걸리는 입면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를 마실 경우 나타나는 수면 장애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 책임연구원은 “이들 추출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면보조제인 밸러리안 소재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수면제에 나타나는 델타파(수면 깊이)의 감소 없이 수면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쌀겨에 포함된 여러 영양소 중 감마 오리자놀을 비롯한 파이토스테놀 성분이 이런 수면 증진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이들 성분만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이들 성분은 몸 안에서 각성에 관여하는 히스타민 수용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수면을 돕는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성인에게 2주일간 매일 1g씩 먹인 뒤 ‘수면다원검사’를 해 본 결과에서도 수면 증진 효과가 나타났다. 임상 시험을 진행한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쌀겨 추출물을 섭취한 실험 참가자들은 수면 효율과 입면 시간, 총수면 시간, 2단계 수면 같은 주요 지표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부 실험 참가자에게선 낮에 졸음 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보건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국가적 관심이 부족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버려지던 쌀겨를 활용한 고부가 가치 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수면 장애에 따른 안전사고와 업무 능력 저하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 국내와 일본 등 주요 국가에 쌀겨 추출물 관련 특허를 등록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인정형 건강기능 식품으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