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브랜드 게스가 1일 동화약품의 소화제 ‘부채표 활명수’가 그려진 티셔츠와 청바지, 가방을 출시한다. 패션, 식음료, 화장품산업 간 컬래버레이션(협업)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제약회사가 끼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색 컬래버레이션이 국내 유통업계의 트렌드다. 더페이스샵과 코카콜라가 손잡고 내놓은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출시 50여 일 만에 30만 개가 팔렸다. 이색적인 디자인 등을 추구하는 20, 30대 젊은 층의 구매심리를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제약+패션·화장품+음료… 이색 컬래버레이션 열풍
제약산업까지 뻗친 협업

국내 제약사들은 최근 유통업계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중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광고 외에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던 제약사들이 주요 대상이다. 제약업계의 파격적인 컬래버레이션에 소비자들은 ‘참신하다’는 반응이다. 게스코리아가 ‘활명수 캡슐 컬렉션’ 제품으로 코디한 화보를 지난 27일 공개하자 ‘게스 활명수’가 인터넷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티셔츠 4종, 데님팬츠, 데님백 총 6종이다. 동화약품의 상징인 부채표와 게스의 삼각 로고, 활명수 그림으로 디자인한 제품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등록상표이자 121년 역사를 지닌 부채표 활명수 브랜드를 차용해 중·장년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젊은 층에게는 신선함을 주고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업 제품은 총 4000개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최근에는 동아제약이 디자인 전문 쇼핑몰 1300K(천삼백케이)와 피로해소제 ‘박카스’ 컬래버레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박카스를 주제로 옥스포드 블록과 타우린 마스크팩, 워밍 아이 마스크를 내놨다. 모두 피로 해소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박카스 블록은 조립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제품으로 어른이지만 어린이의 감성을 지닌 ‘키덜트’를 공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약+패션·화장품+음료… 이색 컬래버레이션 열풍
식품·패션 등서도 이색 짝짓기 봇물

이종 산업 간 기상천외한 컬래버레이션이 늘어나는 것은 ‘화제성’ 때문이다. 컬래버레이션 자체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특이한 제품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가 주변인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구매자들의 간접 광고 효과를 노린 셈이다.

더페이스샵과 코카콜라의 컬래버레이션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두 회사의 협업 제품은 출시 50여 일 만에 판매수량 30만 개를 돌파했다. ‘코크베어 틴트’는 뚜껑에 코카콜라의 마스코트인 폴라베어가 콜라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디자인으로 7만여 개가 팔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귀여운 용기와 선명한 발색력으로 SNS에서 후기 인증샷이 이어지면서 해외에서도 출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계층의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컬래버레이션이 활용된다. 게스는 활명수의 장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중·장년층을 끌어들이는 데 나섰고, 박카스는 20, 30대 청년층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1300K와 손잡았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57년 된 박카스를 젊은이들에게 알리고 낡은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컬래버레이션을 택했다”고 했다.

기존 소비자층을 공고히 하기 위한 협업 사례도 있다. 지난해 푸드메틱(food+cosmetic) 열풍을 주도했던 빙그레와 올리브영은 협업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 화장품’으로 10대에서 20대로 넘어서는 여성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 제품의 성공으로 딸기, 멜론, 커피맛 우유 모양의 보디워시, 로션, 핸드크림, 립밤으로 제품군도 확대했다. 빙그레는 애경과 멜론맛 치약, 메로나 모양 칫솔 등 구강관리세트도 출시했다.

최근에는 식품과 패션 브랜드 간 협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과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하슬러, 이랜드 ‘스파오’와 서울우유의 컬래버레이션 등이다. 지난해에는 팔도가 ‘왕뚜껑’으로 모자 브랜드 ‘햇츠온’과 협업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컬래버레이션이 광고로 부족한 마케팅을 채워줄 수 있지만 주목받기 위한 협업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민지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