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진 기자의 토요약국] 금연약 복용하면 왜 담배 생각이 안 날까
금연보조제를 사용하면 담배 생각이 사라진다고들 합니다. 니코틴 패치나 껌은 담배 대신 니코틴을 공급해주니 담배를 피운 것 같은 효과가 있지만, 먹는 약에는 니코틴이 들어있지 않은데 어떻게 이런 작용을 하는 걸까요. 비밀은 금연약의 성분에 있습니다.

금연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 등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레니클린은 금연을 위해 최초로 개발된 경구용 약물인데요. 부프로피온은 항우울제로 개발됐다가 나중에 금연 효과가 밝혀진 것이어서 작용 기전이 다릅니다. 바레니클린은 니코틴 대신 체내 니코틴 수용체에 달라붙어 도파민을 분비하게 합니다. ‘가짜 니코틴’ 행세를 하는 것이죠. 니코틴은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을 분출시켜 중독을 일으키는데요. 바레니클린도 뇌의 쾌락중추에서 도파민을 나오게 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운 것으로 착각하게 되고 담배 생각이 나지 않게 합니다. 담배를 피우더라도 이미 니코틴 수용체와 약물이 결합돼 있어 담배맛이 떨어졌다고 느끼게 되죠. 니코틴을 사용하지 않고도 금단현상 없이 담배를 끊게 하는 이유입니다.

[전예진 기자의 토요약국] 금연약 복용하면 왜 담배 생각이 안 날까
바레니클린은 화이자가 개발한 챔픽스(사진)라는 제품으로 출시돼 있는데요. 오는 11월이면 물질특허가 풀려 국내 제약사들이 염 변경 복제약을 대거 출시할 예정입니다. 챔픽스는 12주간 복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금연 성공률은 4~9%에 불과하지만 이 약물을 복용했을 때는 성공률이 60%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놀라운 효과에도 챔픽스는 우울증,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논란에 시달렸는데요. 2년 전 16개국 8144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임상에서 챔픽스와 정신질환 간에 연관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부작용 오명을 벗었습니다. 다만 메슥거림, 어지럼증, 불면증이나 생생한 꿈을 꾸는 증상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바레니클린은 금연 1주일 전부터 0.5㎎을 3일 동안 하루 한 번, 4일째부터는 하루 두 번 복용하고 이후 1㎎을 하루 두 번 12주간 복용하면 됩니다. 3년 전만 해도 금연약을 복용하려면 약값이 20만~30만원가량 들었는데요. 지금은 정부 지원 덕분에 ‘공짜’입니다. 3회차부터 무료인데 12주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하면 1, 2회차 약값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연 3회까지 참여할 수 있으니 금연 결심이 섰다면 가까운 병의원을 방문해보세요.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