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암 SK스토아 대표가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SK스토아 제공
윤석암 SK스토아 대표가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SK스토아 제공
SK스토아는 작년 12월 SK브로드밴드에서 T커머스사업을 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인 Btv를 비롯한 유료방송 13곳에 T커머스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 기존 사업부문을 법인으로 확대했다는 것은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보겠다는 의미다.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2014년 800억원대이던 T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1조8200억원(업계 추정)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토아는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미디어센터 개관식을 열었다. SK스토아가 T커머스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100억원가량을 투자해 구축한 핵심 시설이다. 이곳에서 윤석암 SK스토아 대표를 만났다.

▶분사 4개월 만에 미디어센터를 열었습니다.

“이제부터 제대로 T커머스사업을 해보겠다는 것입니다. 미디어센터가 첫걸음입니다. 단순히 T커머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미디어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T)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를 선도할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ICT와 미디어가 융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미디어 그 자체로는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전통적인 미디어의 매출은 광고와 수신료에서 나오는데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졌습니다. 이 때문에 모든 미디어가 커머스사업을 연계하려고 합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ICT입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장비전시회(NAB Show) 2018’에 다녀왔습니다. 방송장비가 아니라 클라우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다중송출 등 방송제작 송출과 관계없는 ICT가 더 많았습니다. 방송장비전시회라기보다는 전자전시회(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더 비슷한 분위기였어요. 이미 미디어는 방송 콘텐츠를 단순 제작하고 송출하는 영역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맞춤형 방송을 보내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T커머스는 ‘레드오션’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T커머스사업자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T커머스사업자는 10곳, TV홈쇼핑도 7곳입니다. 레드오션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T커머스와 TV홈쇼핑 사업자 모두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오픈마켓이나 일반 전자상거래(e커머스) 사업은 흑자 내기가 쉽지 않은데 T커머스와 TV홈쇼핑 사업자는 왜 흑자를 낼까요. 한국의 특수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TV란 매체에 집중도가 높고 로열티도 강한 편입니다. 한국 홈쇼핑의 서비스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요. 완벽한 물류 시스템과 사업자들의 안정성 덕분에 제품 신뢰도가 높습니다. 많은 국가가 한국 홈쇼핑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틀어 한 상품을 수십 분 동안 집중적으로 설명해주는 곳은 TV밖에 없습니다.”

▶SK는 T커머스 시장 후발주자입니다. 차별점을 알리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후발 사업자고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저희가 차별점으로 주목한 것은 사회적 가치입니다.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블루오션 시프트》를 보면 인간다움이 없는 회사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SK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SK스토아가 판매하는 제품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입니다. 이 비율을 70% 이하로 낮추지 않을 방침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기업의 제품 판매 방송을 고정 편성해 소비자가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유니크한 쇼핑 경험을 주고 이 같은 트렌드를 리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착한 소비’를 구현할 수 있나요.

“유명 쇼핑 호스트 유난희 씨가 사회적 기업의 상품을 판매하는 ‘유난희의 굿:즈’란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잘 알릴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기업을 발굴해 그들의 제품을 소개하는 방송입니다. 일반 제품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기업에 혜택을 주고 여기서 얻은 수익 대부분은 사회에 환원할 계획입니다. 첫 방송으로는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가 착용해 화제를 불러왔던 사회적 기업 모어댄의 컨티뉴 백팩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폐차된 자동차의 좌석 가죽을 활용해 가방을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테크 기반의 고객만족도 극대화’를 성장 방향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몇 가지 계획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선보일 것은 맞춤형 방송입니다. 고객 데이터가 최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SK그룹은 다양한 종류의 고객 정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Btv 가입자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옥수수’ 사용자 정보, 11번가의 구매 이력, SK텔레콤의 다양한 정보 등 범위도 넓습니다. 고객 동의를 받은 식별정보에 한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똑같은 방송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누구인지 파악해 관심을 가질 만한 방송을 우선 보여주는 큐레이션 방식입니다.”

▶미디어센터에 AR·VR 방송 제작 시설도 포함됐습니다.

“먼저 모바일 기기와 TV를 연결하는 AR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평면적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의상 피팅 서비스 같은 데 우선 접목하려고 합니다. 당장 TV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VR은 머리에 착용하는 형태의 HMD(head mounted display)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중장기 매출 목표도 공개했습니다.

“2021년까지 연간 거래액 2조원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라고 볼 수도 있지만 T커머스의 성장률을 볼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봅니다. 녹화방송을 제공하는 T커머스는 TV홈쇼핑보다 사업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방송에서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입니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죠. 화면의 절반을 일정 시간 화면 외 다른 정보로 채워야 한다는 것도 약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이 스마트해졌습니다. 충동구매에서 목적성을 가진 구매로 바뀌고 있어요. T커머스는 라이브 홈쇼핑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종류의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죠.”

▶TV홈쇼핑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TV 커머스 시장의 룰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좋은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습니다. MD가 좋은 물건을 먼저 구입하면 이미 반쯤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었죠. 공급 사이드에 초점을 둔 경쟁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고객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누가 더 좋은 데이터를 확보했는지, 입체적 쇼핑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는지, 이를 위한 기술을 더 빨리 개발하는지가 핵심입니다.”

▶SK그룹의 다른 회사들과 어떻게 협업할 계획입니까.

“SK그룹의 차별화된 미디어 커머스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입니다. SK플래닛의 11번가도 있지만 e커머스와 T커머스는 전혀 다른 유통 채널입니다. e커머스는 굉장히 많은 종류의 상품을 값싸게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에 비해 T커머스는 적은 종류의 제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합니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24개 이상 제품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e커머스보다 마진율이 높습니다. 두 가지 유통채널이 시너지를 일으킬 포인트가 있다고 봅니다. SK그룹의 다양한 ICT와 데이터를 통해 시너지를 내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