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바이오젠 간 지분 거래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美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결정…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늘린다
바이오젠은 24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콜옵션 행사 계획을 묻는 질문에 “(콜옵션 행사는) 지분 투자 성격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바이오젠은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0%-1주’까지를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콜옵션 행사 기간은 오는 6월까지다. 행사 가격은 주당 5만원에 이자를 합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모두 행사해 44.6%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는 현재 10조원대로 추정된다. 행사 가격을 감안하면 약 5000억원을 투자해 4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유럽에서 1억2700만달러(약 14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키우고 있는 만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 뒤 일정 지분을 사들여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