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국내 1위 인터넷 포털(시장 점유율 75%) 네이버가 기사 한 개당 작성 가능한 댓글 수를 줄이는 댓글 개편안을 내놓는다. 뉴스 댓글을 연속 작성하는 시간도 지금보다 제한하기로 했다. 네이버 뉴스 댓글조작 사건이 드러난 지 10일이 지나서다.

댓글 사건도 어김없이… '외부 위원회' 뒤로 숨는 네이버
그러나 인링크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는 등의 핵심적인 개편은 이번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링크 방식이 댓글 경쟁을 초래해 결국 여론조작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링크는 포털 내부에서 기사를 보는 방식이고 아웃링크는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 기사를 보는 방식이다.

2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온라인 뉴스 댓글 작성 개편 방안’을 25일 발표한다. 이번 개편안은 온라인 여론으로 자리잡은 댓글의 영향력과 조작 가능성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명 ‘매크로(반복실행 자동화 프로그램)’를 막기 위해 기사의 댓글을 연속으로 작성할 수 있는 시간을 기존 10초에서 늘릴 계획이다. 최근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전 더불어민주당원 김모씨(필명 드루킹)는 매크로 방식을 악용해 댓글을 조작하다 적발됐다.

기사 한 개에 작성 가능한 댓글 수도 제한된다. 지금은 제한이 없다. 댓글을 달 수 있는 숫자가 제한될 경우 특정 내용이 담긴 댓글을 계속 올릴 수 없어 일부 세력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네이버는 댓글의 ‘최신순 정렬’과 관련해선 기본 표출 설정을 최신순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정성을 이유로 외부에 별도 조직을 만들어 활용하는 네이버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대책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5일 발표하는 대책도 지난달 발족한 ‘댓글정책 이용자 패널’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애초 오는 8월께 종합적인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여론 뭇매에 시기를 앞당겼다.

댓글정책 이용자 패널은 네이버의 뉴스 댓글 운영 원칙·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말 출범한 조직이다. 8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자체 간담회를 열어 뉴스 댓글의 운영 원칙과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개선 방안을 네이버에 전달하도록 했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와 무관한 일반인 20명으로 구성됐고 명단은 비공개다.

지난 1월에도 ‘네이버 뉴스 기사배열 공론화 포럼’을 신설했다. 이 포럼은 지난해 네이버가 ‘청탁받고 기사 숨기기’ 등 뉴스 공정성에 관한 시비에 휘말리면서 대책의 하나로 출범했다. 학계·언론계·시민단체·정당·사용자 등을 대표하는 위원 10명이 뉴스 배열 공정성과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네이버는 또 뉴스 편집 관련 공정성 시비를 해소하고자 ‘편집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올초엔 스포츠 뉴스 부당 편집 사건이 터지자 ‘스포츠이용자위원회’를 구성했다. 네이버에 입점하려는 언론사 기준 문제 때문에 포털 입점 언론사를 선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도 두고 있다. 뉴스 편집자문위원회는 기사 편집과 배열, 검색 결과 노출 방식 등을 모니터링하는 외부 조직이다.

네이버 측은 외부 조직 활용에 대해 뉴스를 이용하는 인원이 하루 평균 13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네이버 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를 든다. 전문가들 시각은 다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문제가 터질 때마다 외부에 ‘방패막이’를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