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 60% 바닷속 사냥…바다수달 수준
'바다 유목민' 바자우族 잠수 비법은 DNA였다… 진화의 결과
'바다 유목민'으로 알려진 동남아시아 바자우족(族)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심해 잠수 실력은 유전적으로 적응한 결과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티베트 주민들이 유전적으로 고산지대에 적응해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것처럼 바다에서의 수중 생활도 적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바자우족은 물안경만 끼고 70m까지 잠수하고, 물속에서 최대 13분까지 숨을 참을 수 있다.

바닷일을 할 때는 하루 일과의 60%를 물속에서 물고기나 문어, 갑각류를 사냥하면서 보낸다.

이는 바다수달의 수중활동량과 맞먹는 것이라고 한다.

코펜하겐대학 지리유전센터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은 멜리사 일라도 연구원은 바자우족의 이런 특별한 능력이 유전적으로 적응한 데 따른 결과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야 바크티에서 수개월간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유전자 분석과 초음파 진단을 통해 바자우족의 비장(脾臟·지라)이 잠수를 하지 않고 육지생활을 하는 인근 살루안족보다 50%가량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장은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물속에서 숨을 참을 때 혈액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비장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잠수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바다표범들도 비장이 크며, 이는 바다표범의 잠수 능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바자우족은 특히 잠수를 자주 하든 않든 비장이 컸다.

바자우족의 유전자를 살루안과 한족 등과 비교한 결과, 25곳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으며, 그 중에는 비장의 크기와 연관된 'PDE10A'로 알려진 유전자도 포함돼 있었다.

일라도 연구원은 19일 셀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쥐의 경우 "PDE10A가 비장의 크기를 결정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는 바자우족이 잠수를 자주, 오래 하는데 필요한 크기로 비장을 진화시켜 왔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체에서도 갑상선 호르몬이 비장 크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앞으로 규명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잠수나 고산지대 등산에서 폐 질환 등 산소 부족 상황에서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여 신약 개발에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라도는 "바자우족은 역사적으로 해상 생활과 어로활동이 진화를 촉발했을 수 있다"면서 "이는 극한 환경에 대한 적응이 아니라 인류 문화와 종(種)으로서 인간의 공진화(共進化)"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런 장비 없이 잠수하는 것은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도 사고로 자주 목숨을 잃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면서 "수천년을 거치면서 바자우 생존자들의 유전자가 후대에 전해진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바자우족의 심해잠수가 1600년대 중국에서 해삼 시장이 열리면서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천 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양생활 적응이 시작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어떤 경우든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바자우족은 불과 수천 년 사이에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생물학과 마크 펠드먼 교수는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진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