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경제 보복 철회한다더니…韓 게임 원천봉쇄 나선 中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치가 해제되고 있지만 국내 게임 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게임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이 자국 시장 영업 허가권(판호·版號)을 붙들면서 국산 게임의 중국 수출은 14개월 동안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2월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한 건도 발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게임 산업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의 2016년 전체 수출액은 약 3조5000억 원으로 중화권(중국·홍콩·대만) 수출액은 37%에 해당하는 1조2950억 원을 기록했다. 사드 보복이 있기 전이다.

국내 게임 산업이 꾸준히 성장한 만큼 중화권 수출액도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가 선전하면서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네오플은 지난해 중국 시장의 선전에 힘입어 국내 게임업체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이같은 흐름이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년간 중국에 출시된 신작이 없어 기존 게임들의 인기가 잦아들 경우 매출 손실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최근 중국 게임 10여 종이 국내시장에 상륙하면서 국내 게임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중국의 조직적인 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응책은 없다고 말한다. 중견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게임 산업을 살리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궜는데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일부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내 업체들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북미·유럽·동남아 등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펄어비스의 검은 사막 등이 북미와 유럽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하다. 중국 시장 없이는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다는게 전반적인 평가다.

반면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진출은 빨라지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한국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 게임 수는 136개로 1년 새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 순위 20위에 진입한 중국 게임은 2016년 11개에서 지난해 16개로 늘었다. 전체 매출도 74% 확대됐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을 유통하는 구글코리아가 중국 게임 전담 인력을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게임의 국내 시장 진출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게임 생태계에 침투하고 있는 중국 게임의 약진이 올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게임사들이 과거 인기 있었던 한국 인기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한 것도 위험 요소다. 중국은 기존 인기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 열풍이 불면서 한국 인기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크로스파이어, 마비노기, 엘소드, 뮤 등이 중국업체에 넘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판호 미발급 행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중 간 게임 무역수지는 역전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주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는 걸 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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