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설치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OWL-net·아울넷).
모로코에 설치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OWL-net·아울넷).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가 한국 시간으로 지난 2일 오전 9시16분께 남태평양 한가운데 떨어졌다. 톈궁 1호 추락 범위에 있던 나라에는 추락 시점이 가까워지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국도 거의 막판까지 최종 추락 예상 지역 오차범위 내에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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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사진)은 조중현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장과 함께 마지막까지 이번 톈궁 1호의 추락 예상 시간과 지점 예측을 주도했다. 그는 연세대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하고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민간 항공우주회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쎄트렉아이에서 위성 개발에 참여하다가 천문연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선임연구원은 “톈궁 1호의 추락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한국이 추락 예상 범위에 계속 포함돼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며 “2일 새벽 3시 미 합동우주작전본부(JSpOC)로부터 TLE(우주물체 궤도 정보를 담은 두 줄짜리 정보)를 받아 추락 시점과 지역을 살펴보니 한국이 벗어났다는 점을 확인한 뒤에야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톈궁 1호는 추락 직전인 오전 9시께 한반도 상공을 지났지만 이때는 이미 한반도 추락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였다.

2016년 톈궁 1호가 통제력을 상실하자 각국은 추락 시간과 장소 예측에 나섰다. 우주물체가 통제 불능 상태로 고도가 250㎞ 이하로 내려가면 한 달 안에 지상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해 미 전략사령부, 유럽우주국(ESA), 에어로스페이스, 샛플레어 등 각국 민·관·군 기관이 시시각각 바뀌는 톈궁 1호 추락 시점과 지역에 관한 정보를 쏟아냈다.

톈궁 1호 레이더 영상
톈궁 1호 레이더 영상
JSpOC는 세계 곳곳에 우주물체추적레이더와 광학카메라 29개를 운영하며 우주물체를 거의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여기서 생산된 TLE에는 우주물체의 종류와 지구에 가장 가까웠을 때 고도, 멀어졌을 때 고도, 하강 각도 등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각국은 이 정보를 각자 개발한 우주물체재진입예측프로그램에 입력해 예상치를 내놓는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예측값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자신이 보유한 광학카메라와 우주관측 레이더를 활용해 추락하는 물체의 궤도 정보를 알아내 정확성을 높인다. TLE 정보는 우주물체 궤도를 평균값으로 제공하지만 이들 레이더나 광학카메라는 정확한 궤도와 고도를 측정할 수 있다. 추락 직전에는 궤도가 2~3㎞만 차이 나도 추락 예상 시각과 위치가 크게 달라진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산하 고주파물리 레이더기술 연구소는 지난 3월 티라(TIRA) 우주관측 레이더로 찍은 톈궁 1호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몽골과 모로코, 이스라엘, 미국, 보현산천문대에 설치한 지름 0.5m짜리 광학망원경인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OWL-net·아울넷)’을 이용해 톈궁 1호를 추적했다. 아울넷은 평소에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등 국내 위성의 위치 추적에 사용되지만 톈궁 1호처럼 우주물체 추락이 예상되면 추적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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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은 2일 오전 3시30분 최종 예측치를 발표하면서 톈궁 1호가 이날 오전 9시40분을 기준으로 앞뒤 30분 안에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 전략사령부는 추락 시간을 2일 9시48분으로 예측하면서 오차 범위를 앞뒤 2시간씩으로 잡았다. 민간 우주회사인 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를 기준으로 앞뒤로 1시간42분 내에, ESA는 오전 8시에서 오후 12시 사이에 떨어진다는 예측치를 내놨다. 최 선임연구원은 “대부분 기관이 예측한 오차 범위에서 톈궁 1호가 떨어졌지만 한국이 제시한 예측값이 오차 범위도 좁아 정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앞서 수차례 지구로 추락한 다른 위성 추락 정보를 이용해 예측 정확성을 높여왔다.

2일 오전 3시 정부가 우주환경감시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톈궁 1호의 최종 추락 예측 지점은 남위 25.57도, 동경 322.35도의 브라질 앞 남대서양으로 나타났다. 30분쯤 뒤인 3시35분 JSpOC가 공개한 예측지역 역시 남위 9.9도 동경 341도 대서양으로 나타났다. 톈궁 1호 최종 추락 지점이 남대서양이 아니라 남태평양인 점을 두고 예측이 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톈궁 1호는 87분에 한 바퀴씩 지구 둘레를 돌다가 대기권으로 추락했다. 이를 고려하면 10분만 차이가 나도 4600㎞를 더 날아가거나 덜 날아간다는 얘기가 된다.

추락 예측 위치는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다. 미국은 고도 10㎞ 상공을 기준으로 실제 추락할 위치를 제공하지만 한국은 고도 100㎞ 진입 지점을 추락 위치로 잡는다. 추락 위치는 파편 재질과 우주 날씨, 계절, 대기중 바람의 영향에 따라 달라진다. 계절별로는 겨울철에 추락 시기가 느려진다. 태양흑점 폭발 극대기에는 오히려 추락 속도가 빨라진다. 태양 흑점이 폭발할 때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추락 중인 우주물체를 지구로 더 빨리 떨어뜨린다.

각국이 우주개발에 나서면서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물체 총질량은 8000t을 넘어섰다. 이는 2000년 초 4000t의 두 배를 넘은 수치다. 이 때문에 연간 추락하는 우주물체 크기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천문연은 이번에 추락 시간을 비교적 정확히 맞혔지만 예측에 사용된 정보 중 대부분은 해외에 의존했다. 지난달 아울넷을 이용해 톈궁 1호 관측을 세 번밖에 하지 못했다. 광학망원경은 구름이 없는 맑은 밤에만 관측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인공위성과 크고 작은 우주물체를 추적하는 한국형 우주물체감시레이더시스템(KOSPQW)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예산 확보이 확보되지 못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