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국가에서 ‘아로나민’ 돌풍이 거세다. 일동제약의 종합영양제 아로나민은 지난해 매출 700억원을 돌파했다. 3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 중에서도 2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63년 출시된 지 55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라면 2020년 연매출 1000억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종합비타민 절대 강자로

9일 일동제약에 따르면 아로나민은 지난해 7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 경쟁사들이 고함량 활성비타민 제품을 잇달아 내놨지만 아로나민의 독주를 막지는 못했다.

일반의약품시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가운데 아로나민의 성장세는 이례적이다. 지난해 일반의약품 매출 순위 10위권 중 종합비타민은 아로나민과 대웅제약의 ‘임팩타민’ 두 제품뿐이다. 임팩타민이 지난해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종합영양제 시장은 아로나민이 장악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등극 앞둔 아로나민… 비결은 가성비
아로나민의 성공 비결로는 장수 브랜드의 명성, 마케팅, 가격 등이 꼽힌다. 1963년 첫선을 보인 아로나민은 국내 대표 장수 의약품 중 하나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유한양행(메가트루) 종근당(벤포벨) 한미약품(제텐비)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브랜드 인지도에서 아로나민을 넘지 못한 이유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것도 주효했다. 노년층을 위한 ‘아로나민실버’를 비롯해 눈 영양제 ‘아로나민아이’ 등 연령과 효능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했다. 젊은 여성층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출시한 ‘아로나민씨플러스’도 성공을 거뒀다.

‘아로나민=중장년 남성 약’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배우 한혜진을 모델로 기용하고 젊음을 되돌려주는 ‘항산화 비타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로나민씨플러스는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아로나민골드에 이어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신제품에도 오랜 광고 문구인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을 경험하세요’를 사용해 아로나민의 전통성을 강조했다”며 “새로운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존 소비자까지 확장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약사 입소문 타고 매출 상승

외국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로나민 매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아로나민골드 100정의 가격은 2만원 후반으로 3만원이 채 안 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5만원 이하 선물용으로도 인기를 끌었다는 게 약국가의 전언이다. 종합비타민제품 매출 1위인 화이자의 ‘센트룸’이 지난해 일반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되면서 아로나민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센트룸이 약국뿐만 아니라 백화점 등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약국가에서 센트룸 대신 이익이 많이 남는 국내 제약사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했다는 점에서다.

제약업계는 약사들을 공략한 마케팅 전략을 아로나민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온라인몰 ‘일동샵’을 운영하면서 전국에 약 1만3000여 개의 직거래약국을 확보하고 있다. 종합비타민은 약사 추천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 약사의 영향력이 크다.

약국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일동샵을 열면서 약사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제품을 홍보해왔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국 외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동제약은 반대로 약국에 집중한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