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짜낼 때는 ‘마인드맵’(자신의 생각을 지도 그리듯 정리하는 방법)이 효과적 도구로 쓰인다. 가지 치듯 생각을 그려나가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어 회의할 때 주로 사용되곤 한다.

마인드맵을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하면 어떨까. 정우식 미스터마인드 대표는 이 같은 발상에서 마치 마인드맵 그리듯 챗봇(채팅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마인드맵 에디터’를 개발했다.

마인드맵 에디터는 누구든 쉽게 인공지능(AI) 기반의 대화형 챗봇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미스터마인드 웹사이트에 가입해 챗봇을 제작할 수 있다. 챗봇이 말할 내용을 마인드맵 그리듯 ‘드래그 앤 드롭(끌어다 붙이기)’ 방식으로 만들 수 있어 프로그래밍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금방 배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질문-답변’ 방식과 달리 전체적인 대화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 대표는 “대화의 흐름을 이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게 마인드맵 에디터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마인드맵 에디터 사용 예시. 출처=미스터마인드 홈페이지
마인드맵 에디터 사용 예시. 출처=미스터마인드 홈페이지
마인드맵 에디터로 제작한 챗봇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채널은 물론 완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완구 제조업체 진인사컴퍼니가 지난해 출시한 뽀로로 캐릭터 스마트토이(정보기술을 접목한 장난감) ‘뽀로롯’이 대표적 사례다. 이 제품에는 마인드맵 에디터로 제작한 AI 챗봇이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서 직접 대화를 나눠 대중에 알려진 제품이다. 정 대표는 “마인드맵 에디터로 만들어진 챗봇은 3000여 개가 넘는다”고 했다.

정 대표는 소프트웨어 업계서 2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04년 일본에서 소프트웨어 업체 엔소프트를 설립해 90명 이상 근무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회사의 시스템이 파괴돼 어쩔 수 없이 일본 사업을 접어야 했다. 엔소프트 한국법인으로 사업을 일으키려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2015년 문을 닫아야 했다.

“2015년 전자출판 시장에 뛰어든 게 문제였습니다. 쉽게 전자책을 만드는 솔루션을 개발했지만 국내 시장이 너무 작아 결국 기술을 미국 업체에 넘기고 회사의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정 대표는 한 재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할 기회를 얻었다. 1년 여의 개발 끝에 2016년 마인드맵 에디터를 내놨고, 지난해 4월 미스터마인드를 창업했다. 미스터마인드는 지난달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 벤처스퀘어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초기 단계 투자를 받았다.

미스터마인드는 앞으로 유아용 챗봇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챗봇 개발뿐만 아니라 일반 봉제 인형을 스마트토이로 바꿀 수 있는 ‘AI 캡슐’도 개발 중이다. 정 대표는 “유아용 장난감에 AI가 적용되면 학습 도구로 사용할 수 있어 시장성이 높다”며 “스마트토이 분야에서 선두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