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보자마자 기쁨의 눈물"… 심장이식 환자 국내 첫 출산
조산과 유산의 위험이 높아 임신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심장이식 환자가 국내 처음으로 아이를 낳았다. 1992년 국내 첫 심장이식을 시행한 지 26년 만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13년 심장이 커지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이 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이은진 씨(37·사진)가 지난 1월9일 건강한 2.98㎏ 남자아이를 출산했다고 3일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간이나 신장이식 환자가 아이를 낳은 사례는 있지만 심장이식 환자가 아이를 낳은 적은 없다. 심장이나 폐 이식을 한 뒤 임신하면 태아에게 선천성 기형이 생기거나 자연유산할 위험이 높다는 해외 연구 결과 때문에 임신을 꺼리는 환자가 많았다.

지난해 3월 임신에 성공한 이씨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심장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고혈압 당뇨 등이 생기지는 않는지 관찰했다. 다행히 임신 중 체중과 약물이 잘 조절됐다. 출산을 앞두고 마취과에서는 심장이식 수술이력 때문에 전신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했다. 하지만 이씨의 건강을 관리해온 김재중 심장내과 교수는 “건강 상태로 볼 때 척추마취를 해도 되겠다”며 의료진을 설득했다. 첫 출산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은 이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나 같은 심장이식 환자들이 엄마가 되는 기쁨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