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업 계열 항공사 A사는 전국 4대 공항(인천·김포·김해·제주) 내 100여 개 식당과 11개 구내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식대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실상 전국이 근무지로 업무 스케줄 변동이 잦은 항공사의 특성상 기존 종이식권은 관리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모바일식권 도입 후 매달 개개인의 비행 일정을 파악해 직원별로 식권을 배부하는 수고를 덜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비행 일정이 변경되더라도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2. 상장사 B사는 모바일식권을 도입한 뒤 식대를 25%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종이식권을 사용하던 때는 한 달에 6000만 원 정도를 식대로 사용했지만 모바일식권을 이용하면서 4500만원 정도로 줄었다. 관리가 쉽고 사용 내역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드러나는 모바일식권 시스템 도입으로 종이식권을 사용했을 때 만연했던 식권깡(식권 현금화), 대리 사용 등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벤디스가 2014년 선보인 모바일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도입한 기업들의 실제 사례다. 식권대장은 모바일식권이자 식대관리 솔루션이다. 종이식권과 식대장부, 법인카드 등으로 운영되던 기업의 식대관리 시스템을 모바일 기반으로 전환해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의 조정호 대표. 벤디스 제공
모바일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의 조정호 대표. 벤디스 제공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그동안 기업을 중심으로 사용되던 모바일식권이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에서 자원봉사자 급식을 위한 모바일식권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공급해 5억 원가량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에서 모바일식권으로 식사한 자원봉사자 수는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강원도 5개 시(강릉·동해·삼척·속초·원주), 3개 군(고성·평창·횡성)에 지정된 숙소 35곳에서 머물면서 구내식당, 도시락 급식 등을 통해 식사를 했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사용해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지급받은 모바일식권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용 모바일식권이 도입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원봉사자에게 식대 명목으로 종이식권이나 현금을 지급해왔다. 조 대표는 “모바일식권 도입으로 효율적인 식수(식사량) 관리가 이뤄졌다”며 “대회가 진행되면서 기상 악화나 개인 사정 등으로 봉사활동 일정을 변경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지만 모바일식권을 통해 식수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낭비되는 식사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식권대장 앱 화면
식권대장 앱 화면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약 50만 끼의 식사, 총 35억 원의 식대 거래가 모바일식권을 통해 이뤄졌다. 전체 식대 규모는 사전에 조직위가 책정한 예산에서 5억 원가량 절감한 금액이다.

식권대장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에 성공적으로 모바일식권 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기업 급식 시장을 넘어 행사 등 다양한 형태의 단체 급식 시장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식권으로 평창올림픽서 5억원 아낀 벤디스 '식권대장'
식권대장 서비스를 통한 연간 결제액은 2016년 103억원, 지난해 24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5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식권대장은 초창기에는 간단한 결제 기능만 담았지만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여러 명이 식사할 때 포인트를 몰아 단체로 사용하는 ‘함께결제’, 사비를 추가해 회사 지원액보다 비싼 메뉴를 시킬 수 있는 ‘통합포인트’, 직급에 따라 상한선을 달리하는 ‘차등지급’ 등의 기능을 갖췄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영업맨들이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지만 모바일식권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이젠 기업과 식당에서 먼저 문의해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타이어, 현대오일뱅크, 한화시스템, 한솔제지 등 대기업을 포함한 전국 170개 기업에서 식권대장을 사용하고 있다”며 “식권대장으로 매달 거래되는 식대 규모는 33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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