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게임] "스마트 홈 한판 붙자"… 아마존 vs 구글, AI플랫폼 전면전
인공지능(AI) 플랫폼과 클라우드 등 미래 컴퓨팅사업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의 관계가 ‘악화일로’ 상태로 치닫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아마존 소매사업부가 지난해 말 네스트와의 콘퍼런스콜에서 신형 실내 온도기와 홈 시큐리티 시스템 등 신규 제품을 아마존 상품 목록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네스트는 이에 맞서 아예 아마존을 통한 제품 판매를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아마존이 보유한 네스트의 재고 품목이 소진되면 아마존닷컴에서 네스트 제품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네스트는 구글이 2014년 32억달러에 인수한 하드웨어 회사다. 스마트 온도기, 주택 보안 시스템, 도어 벨 카메라, 스마트 연기 탐지기 등을 제조한다. 네스트는 그동안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 독립사업부서로 운용했지만 최근 하드웨어 사업부문으로 흡수했다. 아마존과의 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아마존은 네스트에 판매 중지를 통보하면서 “이번 결정은 네스트의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네스트 관계자들은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네스트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아마존 결정은 컴퓨팅의 미래를 둘러싼 구글과의 갈등이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네스트 제품에 앞서 구글의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과 픽셀 폰 등 구글 하드웨어 기기를 아마존에서 팔지 않고 있다. 구글이 아마존 기기에서 유튜브 사용을 차단하자 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일반 소비자용 AI 플랫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텔리전스 리서치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가 적용된 스피커 ‘에코’가 총 3100만 대 팔려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점유율 69%를 기록했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내장된 ‘구글 홈’ 판매량은 1400만 대로 점유율은 31%였다. 에코와 구글 홈이 전체 스마트 스피커 시장을 7 대 3으로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의 AI 플랫폼은 단순히 뉴스를 읽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 홈’으로 확장되고 있다. 집안 전등을 켜고 현관문을 열어주고 낯선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기능 등이 적용되고 있다. 구글은 네스트를 통해 이 같은 분야를 강화하고 있고 아마존도 지난달 네스트 경쟁자인 ‘링’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링은 스마트 초인종(사진)으로 출발해 최근 홈 시큐리티의 강자로 부상했다. 아마존은 링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네스트 이상의 제품군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사 플랫폼과 링 제품을 연동시켜 스마트 홈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인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따라잡기 위해 후발 주자인 구글은 시스코와 손잡고 도전장을 내미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검색과 동영상 제품군으로 새로운 광고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선언해 두 회사의 ‘전선’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