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컴퓨터공학부 개발
일본 디지털 컬링대회 출전

"투구 데이터 16만건 입력
스스로 이기는 법 깨달아"
지난 8일 열린 ‘인공지능 컬링로봇 경기 시연회’에서 인공지능 컬링로봇 ‘컬리’가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열린 ‘인공지능 컬링로봇 경기 시연회’에서 인공지능 컬링로봇 ‘컬리’가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학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일본에서 열린 AI 컬링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은메달을 딴 데 이어 스포츠 AI 종목에서도 강자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최재식 교수와 대학원생인 김솔아·이교운 연구원이 개발한 AI컬링 프로그램 ‘KR-DRL’이 이달 4일 일본 전기통신대가 연 ‘디지털 컬링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공개했다.

이 대회는 일본에서 열리는 ‘게임 인공지능 토너먼트’ 대회의 한 종목으로 매년 3월 열린다. 경기는 AI 프로그램이 실제 얼음판이 아닌 컴퓨터 공간에서 컬링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총 6개 출전팀 가운데 한국 참가팀은 최 교수 팀이 유일하다. 최 교수팀은 7승 3패로 공동 1위에 올랐으며 플레이오프 게임에서 2승을 추가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김 연구원은 “플레이오프 게임에서 승부를 벌인 3개 팀이 승률이 높기로 유명했다”며 “일본보다 늦게 AI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성능만큼은 세계 수준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컬링은 상대의 전략을 간파하고 치밀한 전략에 따라 정교하게 스톤을 제어하는 경기라는 점에서 ‘빙판 위 체스’라고 불린다. 전략을 짠다는 점에서 바둑과 비슷한 면이 많지만 실제 전략은 더 복잡하다. 이런 이유로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와 일본 전기통신대 등은 2015년부터 AI 프로그램 실력을 겨루는 대회를 열어왔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최재식 교수(오른쪽부터)와 대학원생인 김솔아·이교운 연구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최재식 교수(오른쪽부터)와 대학원생인 김솔아·이교운 연구원

연구진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에 사용된 자가학습 딥러닝과 빙판 위 연속공간을 효과적으로 탐색하는 커널 회귀 기법을 AI가 익혀 스스로 이기는 전략을 수립하게 했다. 바둑 최고수로 알려진 알파고 제로에 사용된 커널 회귀 기법은 기존 탐색정보를 바탕으로 적은 수만 고려해도 가장 맞는 전략을 찾아주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컬링 AI에 먼저 스톤 위치와 투구 거리 등의 정보를 담은 투구 데이터 16만 건을 공부하게 했다. 이어 스스로 바둑을 독파한 알파고 제로가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을 꺾은 알파고와 대결을 벌여 실력을 쌓은 것처럼 다른 AI컬링 로봇과 겨루며 스스로 생성한 약 450만 건의 투구 데이터로 이기는 방법을 찾게 했다.

이 AI프로그램은 로봇에 장착하면 실제 컬링 로봇의 소프트웨어로 사용된다. 지난 8일 경기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로봇 ‘컬리’와 춘천기계공고 선수팀과의 첫 시범 경기에서는 2엔드 만에 로봇이 0-3으로 졌다. 고려대와 UNIST·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엔티로봇 등 국내 8개 연구기관·중소기업 컨소시엄이 공동 개발한 컬링 로봇에는 고려대 팀의 AI 컬링 프로그램이 사용됐다. 최 교수는 “컴퓨터에서 벌어지는 게임과 사람과 컬링 경기를 할 때와 차이는 분명 있다”면서도 “알고리즘이 선수들의 기존 전략을 학습해 최적의 전략을 짤 수 있어 선수 훈련이나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팀은 앞서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게임 플레잉 워크숍’에 두 종류의 AI 컬링 프로그램을 참가시켜 우승을 차지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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