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길 이사(왼쪽)와 여승준 이사.

조종길 이사(왼쪽)와 여승준 이사.

"우리가 만든 탄소나노튜브(CNT)를 적용한 엑스레이 튜브로 기존 엑스레이보다 선명하고 안전한 차세대 엑스레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종길(37)·여승준(39) 씨에이티빔텍 이사(사진)는 자체 제작한 엑스레이 튜브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홍릉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해있는 씨에이티빔텍은 엑스레이 기기의 구성 요소 중 엑스레이 튜브를 집중 개발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엑스레이 튜브는 전자를 물체에 강하게 충돌시켜 투과력이 좋은 전자기파인 X선을 방출하는 장치로 'X선원'이라고도 부른다.

기존 엑스레이 튜브는 필라멘트를 활용한다. 필라멘트 튜브는 필라멘트에서 전자가 튀어나오게 하기 위해 특정 온도에 이를 때까지 열을 가해야 한다. 필라멘트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식기 때문에 예열 시간과 냉각 시간이 필요하다. 필라멘트가 예열 및 냉각되는 도중에도 전자가 일부 방출된다. 이 전자가 튜브 안의 타겟에 충돌하고 X선을 생성하지만 영상을 찍는 데 충분하지 않다. 여 이사는 "이처럼 불필요한 X선은 영상 화질을 떨어뜨리고 환자의 방사선 피폭량도 증가시킨다"고 했다.

씨에이티빔텍의 목표는 필라멘트 튜브의 단점을 개선하는 것이다. 조 이사는 "필라멘트를 CNT로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CNT는 탄소 6개로 구성된 육각형들이 관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신소재다.

이 회사는 필라멘트를 가열하는 대신 CNT에 낮은 전압을 가해 전자를 방출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극의 전압을 걸면 CNT에서 -극을 띠는 전자가 튀어나오는 원리다. 여 이사는 "번개가 피뢰침을 때릴 때 발생하는 방전 현상과 같다"고 했다. CNT는 단위면적당 전자 방출량이 매우 높고 낮은 전압으로 쉽고 빠른 제어가 가능해 새로운 엑스레이 튜브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CNT 튜브는 전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예열이나 냉각 절차가 필요 없다. 전기는 열과 달리 흐르거나 흐르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여 이사는 "우리가 이 제품을 디지털 X선원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라고 했다.

전기가 흐르면 곧장 영상을 찍는 데 충분한 양의 전자가 방출되므로 영상이 흐릿해지지 않고 방사선 피폭량도 줄일 수 있다. 또 필라멘트에 비해 단위면적당 방출하는 전자가 많아 엑스레이 기기를 소형화·경량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 이사는 "군수용, 재난용, 구조용 등 다양한 엑스레이 기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여러 엑스레이 기기 회사들이 필라멘트에서 CNT로 갈아타는 추세다. 신속하게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주로 직접투자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씨에이티빔텍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이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

여 이사는 "GE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고 도시바도 일본 나고야대학과 함께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 필라멘트 튜브보다 20%가량 저렴하면서 성능은 더 우수한 CNT 튜브의 제작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씨에이티빔텍은 국내의 몇몇 엑스레이 기기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씨에이티빔텍의 엑스레이 튜브를 장착한 엑스레이 기기가 출시될 예정이다. 조 이사는 "도시바는 엑스레이 튜브 양산으로 연간 4000억~5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며 "당분간 엑스레이 튜브 생산에 집중할 계획으로 본격적인 매출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CNT 기반 방사선 기술의 무궁무진한 잠재력도 강조했다. 여 이사는 "방사선 기술은 의료용뿐 아니라 산업용, 동물용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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