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강의 ‘공단기’로 유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에스티유니타스는 서울 노량진 공시촌 학원에서 인공지능(AI)의 효용성을 실험하고 있다. 수험생 100명은 이 회사가 올초 내놓은 AI 교육 서비스인 스텔라를 활용해 학습하고, 다른 100명은 기존 방식대로 공부하는 것이다. 스텔라는 개인별로 자주 틀리는 문제를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공시생들의 문제풀이 자료 29만3046건을 딥러닝 방식으로 분석해 개발됐다.
"네가 뭘 틀릴지 알고 있다"… 노량진 간 'AI 족집게 강사'
박형준 에스티유니타스 온라인전략그룹장은 “이달 대조군 실험을 마치고 결과를 분석해 AI의 예측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영어 강의 ‘영단기’ 등 다양한 과목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학생이 틀릴 문제, AI는 알고 있다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들의 AI 서비스가 학원가의 ‘족집게 강사’를 대체하고 있다. 과거엔 강사가 시험에 나올 내용을 찍어주면 이를 쫓아가는 건 온전히 수험생의 몫이었다. 최근 등장한 AI 교육 서비스는 무턱대고 예상문제부터 찍어주지는 않는다. 수험생의 학습상태를 파악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는 머신러닝 기반 토익 강의인 산타토익으로 6개월 새 유료 앱(응용프로그램) 이용자 25만 명을 확보했다. 이 앱을 처음 깔면 모의고사 30문항부터 풀어야 한다. AI가 학생 수준을 가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떤 유형에 약하고 어떤 오답에 자주 빠지는지 예측해 ‘점수를 최단 시간에 최대한 끌어올릴’ 커리큘럼을 짠다. 개인차는 있지만 베타테스트 결과 20시간 공부하면 평균 107.6점의 토익점수 상승 효과를 보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온라인 코딩 강의를 제공하는 엘리스도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데 AI를 활용한다. 학생들의 코딩 실습 내역과 강사·조교의 피드백 기록을 저장한 뒤 머신러닝으로 분석, 뒤처지는 학생을 집중 관리한다. 2015년 설립 이후 유료 수강생이 2000명에 육박하는데, 중년 주부를 비롯해 프로그래밍 비전공자가 많다.

◆모든 객관식시험으로 확장…美·中 진출 노려

AI 알고리즘을 완성하는 데는 방대한 양의 자료 분석이 필수다. 뤼이드는 토익 수험생 45만 명의 문제풀이 자료 3000만 건 이상을 모아 분류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 회사 임승현 운영총괄이사는 “AI 분야 특허를 일곱 건 출원했고, KAIST 연구팀과 공동 연구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싣는 등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웅진씽크빅이 올 1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키드앱티브에 500만달러를 투자(지분 10% 취득)하는 등 대형 사교육업체도 스타트업의 AI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교육 스타트업은 “알고리즘을 제대로 갖춰두면 다양한 객관식 시험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미국 교육업체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한 에스티유니타스는 AI 서비스를 미국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뤼이드는 올해 중국 토플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英, 에듀테크 스타트업만 1000개

에듀테크에는 AI와 빅데이터는 물론 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다. 10~20년 전 등장한 e러닝에 비해 ‘개인화’와 ‘학습효율 향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층 진화한 개념으로 평가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한국이러닝산업협회는 지난해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로 간판을 바꿔달기도 했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는 “생활의 많은 부분이 IT와 결합했는데도 교육은 주입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기술을 통한 혁신이 절실한 분야”라고 했다.

영국에선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1000개 이상 생겨났으며 핀테크(금융기술)와 더불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올 들어 구글이 학교 관리 솔루션을 공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혼합현실(MX) 교육을 선보이는 등 공룡 기업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윤일영 융합연구정책센터 연구원은 “에듀테크가 초·중·고교뿐 아니라 대학교육과 직무교육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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