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당뇨를 진단하고 뼈의 나이도 알려준다. 2차원 X선 사진이 3차원 영상으로 변신한다. 필요한 건 사진 몇 장으로 충분하다. 해외 유명 의료기기 업체 기술이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이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롯데액셀러레이터 빌딩에서 첨단기술 전문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주최한 세미나 ‘블루 새틀라이트’가 열렸다. 세미나에는 ‘차세대 의료영상분석기술’을 주제로 AI를 다루는 다양한 의료 전문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들이 참여했다.

세미나의 핵심은 AI였다. 발표자들은 AI를 활용한 영상분석이 의사들의 업무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딥러닝(심층학습)을 위한 양질의 영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병원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메디웨일은 안저(동공을 통해 볼 수 있는 안구 내부) 사진만으로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구글의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당뇨성 망막병증 판별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사람이 직접 판별하는 것보다 정확한 수준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정규환 뷰노 CTO
정규환 뷰노 CTO
뷰노는 뼈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뼈의 성장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수십 장의 X선 사진이 필요하지만, 이 회사가 개발한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AI를 활용해 몇 장의 사진만 갖고도 성장판이 닫혔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올해 상반기 내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같은 기술을 이용해 폐암 환자의 CT 사진도 분석할 수 있다. 정규환 뷰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폐암이 국가 암 검진 대상에 포함되면서 시장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디딤은 2차원 X선 사진으로 CT 사진과 같은 3차원(3D)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면과 측면의 X선 사진 2장만 있으면 환자의 뼈 사진을 3D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윤기범 디딤 이사는 “3차원 영상을 찍으려면 CT 촬영이 필수지만 환자가 받는 방사선량이 상당하다”며 “이 기술을 적용하면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처럼 수술 경로를 알려주는 수술용 내비게이션도 개발됐다. 휴톰은 의사가 수술로봇을 사용할 때 수술 진행을 보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양훈모 휴톰 대표는 “로봇을 사용한 수술이 상용화됐지만 여전히 의사 숙련도에 따라 수술 결과가 결정된다”며 “수술로봇에 AI를 접목하면 수술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범 디딤 이사
윤기범 디딤 이사
이어진 토론에서는 발표자들이 세미나에 참석한 의료 업계 전문가들과 질문을 주고 받았다. 발표자들은 한 목소리로 국내 시장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CTO는 “해외 의료 플랫폼에 입주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의료 수가 책정이 관건”이라며 “수가가 낮게 책정되면 병원은 기기 도입 비용을 충당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앞으로 다양한 첨단기술을 주제로 두달에 한 번씩 블루 새틀라이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