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꿈이 이뤄졌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20일 CJ헬스케어 인수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1990년 대웅제약에서 나와 종합헬스케어기업을 일으키겠다던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와 CJ헬스케어는 제품군과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 상호 보완관계여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인수 후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컨디션' 품은 윤동한 "종합헬스케어기업 30년 꿈 이뤘다"
◆국내 최대 제약 생산 기반 확보

이번 인수에는 윤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16년간 제약업계에 몸담았던 그는 43세에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윤 회장은 화장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2002년 제약 공장을 짓고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제약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해열진통소염제, 혈압약, 당뇨약, 연고, 크림 등 의약품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어 공급했다.

윤 회장은 위탁생산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2년 제약회사 비알엔사이언스(현 콜마파마)를 인수했고 2016년 최학배 중외제약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제약부문 대표로 영입했다. 지난해엔 안약, 주사제 생산설비를 증설했다. 그러나 복제약 생산에 주력하다 보니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윤 회장의 장남인 윤상현 한국콜마 사장이 직접 인수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할 정도로 공을 들인 배경이다.

윤 회장은 CJ헬스케어를 통해 한국콜마를 신약 개발부터 허가, 출시, 마케팅, 유통 역량까지 갖춘 제약사로 키울 계획이다. CJ헬스케어가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 시절부터 약 30년간 제약사업을 이끌어온 경험과 의약품 R&D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서다.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통해 조직도 재정비한다. CJ헬스케어의 R&D 연구소를 활용해 연구 인력도 보강한다. 윤 회장은 고용 안정성과 관련해 “CJ헬스케어 직원들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인력 배치와 통합 문제는 제품군과 사업 영역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수액·신약 개발에도 투자

'컨디션' 품은 윤동한 "종합헬스케어기업 30년 꿈 이뤘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로 제약사업 부문에서만 연 7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대형 제약사로 거듭나게 됐다. 연 매출 8000억원 규모인 종근당, 셀트리온에 이어 국내 제약사 매출 기준 7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ODM이 주력 사업인 한국콜마는 2016년 6675억원(연결 기준)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8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제약사업으로만 1900억원을 벌어들였다. 제약사업 비중은 20%대에서 지난해 28%까지 늘었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 5137억원(잠정치)을 기록했다. 컨디션, 헛개수 등 기능성 음료 사업이 20% 수준인 1000억원 규모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를 통해 2022년까지 신약개발 중심의 국내 5위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콜마의 제천, 세종 공장 두 곳에 충북 음성 등 세 곳의 CJ헬스케어 공장을 더하면 국내 최대 수준의 제약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된다.

윤 회장은 CJ헬스케어의 충북 음성 수액공장과 경기 이천의 R&D 연구소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윤 회장은 “보강할 것은 보강하고 미래를 보고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콜마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내곡동에 건립 중인 한국콜마 통합기술원을 통해 전국에 흩어진 연구소를 합치고 다양한 분야를 융복합한 제품 R&D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예진/정영효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