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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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와 페인트, 접착제, 잉크 같은 소비재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자동차에 필적할 만한 대기오염 주범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 지구과학협력연구소(CIRES) 연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대기 중 화학물질을 조사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15일 발표했다.

VOCs는 햇빛과 반응해 스모그나 오존을 일으키거나 대기 중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은 2017년 대기 오염으로 전 세계에서 한 해 600만 명이 숨졌으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부유 입자가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브라이언 맥도널드 CIRES 연구원은 “운송 분야는 점점 대기에 끼치는 품질이 개선되고 있는 반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이 대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10년 로스앤젤레스의 대기 질을 관측하다 오염 정도가 교통량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다른 화학제품을 목록에 포함해 다시 평가했다. 분석 결과 소비재와 공산품에서 방출되는 VOCs가 미국 환경보호청이 추정한 양의 세 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사람 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의 42%가 소비재에서, 19%가 산업 제품에서 나왔다. 나머지 39%는 교통수단이나 연료충전소, 연료 저장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인 제시카 길먼 연구원은 “연료는 에너지를 최대로 내기 위해 증발로 사라지는 가솔린을 최소화하지만 페인트나 향수 등 소비재 제품은 원래 생산한 목적부터 향기가 잘 나거나 냄새가 증발하도록 설계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방식을 다른 대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맥도널드 연구원은 “대기 오염 관리 전략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