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생생한 경기 화면이 우리 손으로 개발한 초고화질(UHD) 방송 기술로 미국에서 첫 전파를 탔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를 아우르는 북미 표준으로도 채택된 기술이어서 향후 북미 방송 시장에서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지난 8일부터 미국 CBS 방송과 공동으로 UHD 및 고화질(HD) 생중계에 들어갔다고 12일 발표했다.

ETRI가 개발한 UHD 중계 기술의 핵심은 계층분할다중화(LDM) 기술이다. 방송 신호를 두 개 이상으로 전송하는 기술로 채널 하나로 UHD 방송과 이동 HD 방송을 동시에 제공한다.

한국은 무료 시청을 할 수 있는 지상파 UHD TV 방송을 시작한 유일한 나라다. 지난해 5월 30일 첫 지상파 UHD방송을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UHD방송을 보려면 유료 케이블 방송이나 인터넷TV(IPTV), 위성방송에 가입해야 한다.

ETRI와 함께 UHD 방송을 시작한 CBC방송은 2000년 10월 세계 최초로 HD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주관 방송인 NBC로부터 평창올림픽의 모든 중계 실황을 공급받아 생중계하고 있다.

ETRI는 이번 중계를 위해 방송분석 모니터링 장비, 동글(컴퓨터에 연결하는 작은 장치)형 이동 수신기와 무선랜 재전송 수신시스템을 선보였다. 연구진은 미국 현지에서 진행된 수신 실험에서 시속 130㎞가 넘는 차량에서 HD TV방송을 수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UHD 방송 미국 생중계에는 ETRI뿐 아니라 클레버로직·카이미디어·애니퓨쳐텍·로와시스 등 국내 기업도 참여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1월 이 기술이 포함된 차세대 전송 방식(ATSC 3.0)의 사용을 허가했다. 미국은 이번 올림픽 생중계 시범 방송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ETRI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연간 TV판매량은 최대 4000만~5000만대 이른다. 북미 표준을 따르는 캐나다, 멕시코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흥묵 ETRI 미디어전송연구그룹장은 “UHD 방송 최대 수요지인 북미에서 성공적인 중계가 이뤄지면서 같은 표준을 사용하는 전 세계 방송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