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 "혈관 속 돌아다니는 1㎜ 암세포도 피검사로 잡아낸다"
혈액검사만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값비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거나 고통이 따르는 조직검사를 할 필요가 없어서다.

바이오벤처 싸이토젠도 암 진단 액체생검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60·사진)는 “아직 임상연구 단계에 있지만 환자의 혈액을 분석해 암 발생 여부를 판별하는 정확도가 평균 85%까지 나온다”고 했다.

CT나 MRI로는 암세포 크기가 최소 5㎜ 이상이어야 식별할 수 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진단기술은 1㎜ 크기의 암세포도 감지해낸다. 현재 전립샘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싸이토젠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혈액종양세포(CTC)를 포집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암을 진단한다. 수백만에서 수십억 개에 달하는 적혈구나 백혈구에 비해 CTC는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 포집하는 게 쉽지 않다. 전 대표는 “반도체 나노칩을 활용해 살아있는 CTC를 포집하는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금속 재질로 만든 칩에 정교한 구멍을 뚫어 백혈구 적혈구 등은 빠져나가게 하고 크기가 큰 CTC만 여과하는 방식이다. 전 대표는 “살아있는 세포는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데다 배양을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제약사들도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임상시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진단을 통한 표적항암제 선별 등에도 활용된다. 일본의 3대 제약사 중 하나인 다이이치산쿄와는 2016년부터 공동연구 중이다.

싸이토젠은 CTC를 포집하고 염색한 뒤 분석 및 배양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도 개발했다. 전 대표는 “병리과 전문가가 3시간 걸려 하던 작업이 12분 안에 가능해졌다”고 했다.

CTC 포집 기술은 전이된 암을 찾아낼 때도 활용될 수 있다. 전이암은 의료 현장에서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조직검사 등 기존 방법으로는 암세포를 발견해 제거하더라도 다른 부위에 전이되는 암은 찾아내기 어렵다. 전 대표는 “혈액 속에 있는 CTC를 모니터링하면 전이암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 이후 환자의 예후 관리에도 액체생검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덕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인 전 대표는 자동차공학 및 반도체 미세공정 전문가다. 2007년 삼성전기 신사업담당 고문을 맡으면서 바이오산업을 처음 접했다. 그는 “공학적인 접근을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싸이토젠은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전 대표는 “이달 안에 코스닥시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