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올리면 돈이 된다… 블록체인 SNS '스팀잇'의 마법
인터넷 세상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페이스북만 떠올려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글을 작성해 페이스북에 게시해도 그 글을 많은 사람이 ‘공유’할지는 모르지만 그 행위 자체가 글 작성자에게 ‘돈’을 벌어다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당연하게 여기던 이와 같은 구조에 반란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 반란의 무기는 다름 아닌 블록체인이다. 최근 페이스북을 위협할 만한 소셜미디어로 자주 언급되는 스팀잇(steemit)이 유력 주자다. 스팀잇은 네드 스캇과 댄 라이머가 2016년 4월 시작해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블록체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스팀잇을 사용하는 방법은 페이스북이나 네이버의 블로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든지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독자들이 그 콘텐츠가 마음에 들면 ‘업보트(upvote)’를 누른다. 말하자면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것이다.

여기서부터 스팀잇의 마법이 시작된다. 제작자가 올린 콘텐츠에 업보트가 많을수록 더 많은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굳이 콘텐츠 옆에 광고 배지를 달 필요도 없다. 자신의 콘텐츠가 바로 수익 모델인 셈이다.

스캇 스팀잇 창업자는 “글쓴이가 광고 없이 콘텐츠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좋은 콘텐츠 제작자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긍정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스팀잇의 ‘콘텐츠 기반 보상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스티머(스팀잇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는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이 때문에 스팀잇에 올린 콘텐츠는 7일이 지나면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하다. 콘텐츠에 추천을 눌러주는 스티머에게도 보상이 돌아간다. 콘텐츠를 통해 얻은 수익의 75%는 콘텐츠 제작자가, 25%는 추천자가 나눠 갖는다.

스팀잇에서 지급하는 가상화폐는 세 가지다. 스팀(Steem)·스팀파워(Steem Power)·스팀달러(Steem Dollars)다. 대표 가상화폐는 ‘스팀’이다.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며 시세 또한 거래소에서 형성된다. 스팀파워는 스팀잇에서의 영향력을 나타낸다. 스팀파워를 많이 보유한 회원이 다른 회원의 콘텐츠에 투표하면 그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보상도 커진다. 스팀달러는 최소 미국 1달러의 가치가 보장되도록 설계돼 있다. 스팀의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자산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다양한 가상화폐를 통해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스팀잇이라는 미디어 생태계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스팀잇을 사용하는 스티머는 대략 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스팀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방문자 수가 늘고 있다.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기업 알렉사에 따르면 스팀잇 방문 국가 트래픽이 가장 높은 곳은 미국에 이어 한국이 2위다. 전체 방문자 트래픽의 11.2%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