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바이오헬스포럼이 7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렸다. 김준연 SK텔레콤 헬스케어사업본부장(맨 왼쪽)은 “의료계, 산업계, 정부가 힘을 합쳐 헬스케어 벤처와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경바이오헬스포럼이 7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렸다. 김준연 SK텔레콤 헬스케어사업본부장(맨 왼쪽)은 “의료계, 산업계, 정부가 힘을 합쳐 헬스케어 벤처와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정부가 미래형 의료서비스를 육성하기 위해 5년간 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사업이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에 막혀 상용화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제도 개선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범부처 차원의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밀의료시스템 관련 규정만 12개

이상헌 고대안암병원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단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 생명공학연구센터 한국바이오협회 공동주최로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한경바이오헬스포럼 조찬간담회에서 “의료정보 관련 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은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도 의료 분야에서 중국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P-HIS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정부가 투입하기로 한 예산만 5년간 200억원 규모다.
[한경바이오헬스포럼] "예산 200억 투입 병원정보시스템, '규제 대못'에 상용화 불투명"
이 단장은 “4년 뒤인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제도로는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규제다. 병원 내부적으로 유관 법령을 검토했더니 서비스 관련 법과 가이드라인만 12개에 달했다. 사업 시행에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 이슈는 15개에 이른다. 개인정보 사전동의, 공공기관 정보 제공, 유전체 분석, 개인정보 해외 전송 등 데이터 수집부터 시스템 개발, 해외 진출까지 곳곳에 장벽이 놓여 있다. 이 단장은 “소비자, 환자단체 등과 함께 목표를 세우고 치열하게 토론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지금은 쌀을 갖고도 밥을 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규제 불확실성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구성원, 부처 간 통합 절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단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경제민주화, 보편복지를 구현할 수 있다”며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 다핵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논리로 시민단체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 간 통합도 필요하다. 그는 “일본은 내각 산하에 바이오헬스 컨트롤타워인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두고 연구를 총괄한다”며 “한국처럼 각 부처가 나뉘어 칸막이 행정을 하면 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고 했다.

현실을 좀 더 냉정히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재원 모바일닥터 대표는 “투자, 규제, 사업화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열정과 가능성만 보고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어떻게 창업을 활성화하고 전문가들이 뛰어들게 할지 현실 인식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일 제이영헬스케어 대표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만 20조원을 투입하지만 부처 간, 시장참여자 간 정서적 협력이 부족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아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경바이오헬스포럼] "예산 200억 투입 병원정보시스템, '규제 대못'에 상용화 불투명"
◆맞춤형 정책 지원 이뤄져야

덩어리 규제를 한번에 풀겠다고 시도하는 것보다는 맞춤형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흥열 생명공학연구센터장은 “일본은 1990년대 1500여 개 제약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230여 개로 줄고 세계 시장 지위는 높아졌다”며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국내도 이 같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비용을 지불하는 생태계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성현 큐렉소 부사장은 “의료용 로봇을 개발해 수출하려 하면 한국에서 얼마나 팔았느냐고 먼저 묻는다”며 “경찰병원, 산재병원 등 정부 운영 병원에서 배려 차원에서라도 국산 의료기기를 구입하고 건강보험수가도 책정해야 한다”고 했다. 신수용 경희대 교수는 “법 제도 논의에 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소비자 중심으로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의료기관이 의료기기회사, 제약사 등을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언 가천대길병원 정밀의료추진단장은 “매년 국가 예산의 25%에 달하는 100조원 이상을 의료비로 쓰지만 의사, 환자, 정부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며 “인공지능(AI)을 통해 의료비를 줄이고 가치를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간담회 전문은 한경헬스 참조 health.hankyung.com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