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사업을 통해 획득한 화합물 정보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신약 후보물질 발굴 시간을 단축하는 플랫폼이 내년까지 구축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약 개발에 걸리는 기간을 현행 평균 5년에서 1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신약 개발 플랫폼을 내년까지 구축하겠다고 4일 발표했다.

세계 의약품 시장은 연간 1200조원 규모로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산업 시장 규모를 합한 11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2021년까지 18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제약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1.7%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국내 제약사의 시장 점유율을 5%로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팔릴 만한 다섯 개 신약 개발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신약 후보물질 5000~1만 개 중 하나 정도가 시장에 나갈 만큼 신약 연구는 어렵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시판까지 10~15년이 걸리고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과기정통부는 5년가량 걸리는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줄일 방안으로 AI와 그간 축적된 연구 빅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연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화합물 구조 정보와 논문·특허 등 문헌 자료를 AI에 학습하게 하고 연구자가 질환을 제시하면 가장 알맞은 후보물질 구조와 효능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후보물질 발굴에는 국가 R&D사업을 통해 발굴된 50만 건 이상의 화합물 정보가 활용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투입되는 기간을 5분의 1로 줄이고 전임상시험(동물실험) 실패율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상시험과 시판 단계에선 병원 진료 정보와 건강보험 정보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에 맞는 최적의 환자를 골라 시험 기간을 단축하고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플랫폼 개발에는 한국화학연구원과 이달 선정하는 AI 전문기업 등이 참여한다. 플랫폼은 신약 연구자들의 검증을 거쳐 내년 일반 연구자와 제약사, 병원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상반기 고속 신약 후보 플랫폼의 활용 계획을 담은 ‘국가 AI활용 신약 개발 전략’을 공개하기로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