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적정수혈 병원 만든다"… 환자 안전 강화 나선 고대병원
“과잉 검사를 하지 않고 의료사고 없는 병원을 만들겠습니다. 규모 경쟁을 하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신뢰받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든 진료과에서 최소한의 수혈만 하는 병원을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 1일 취임 한 달을 맞은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55·사진)은 “오는 9월께 고려대 안암병원을 국내 첫 적정수혈 병원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다음달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직원들의 공감대를 높일 계획이다. 의료진이 갖고 있는 적정수혈 노하우를 공유하고 진료과별 지침도 마련한다. 6개월간 이를 시뮬레이션한 뒤 공식적으로 적정수혈 병원을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적정수혈은 불필요한 수혈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고려대 의대를 나온 박 원장은 정형외과에서 골종양 수술을 주로 한다. 2014년부터 모든 수술에 적정수혈 방침을 도입했다. 환자를 위한 치료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수혈을 줄이면 타인의 피를 받아 생기는 부작용, 수혈 사고 등도 줄일 수 있다.

이전에는 빈혈이 있는 환자가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으면 수혈을 한 뒤 수술했다. 적정수혈을 도입한 뒤에는 2~3주 전부터 환자 상태에 따라 빈혈을 교정하는 약을 처방한다. 수술 중에는 출혈을 모두 잡아 피가 나지 않도록 한다. 끝난 뒤에도 지혈제 등으로 추가 출혈을 막는다. 수술 때마다 평균 3L 정도 썼던 수혈량은 60mL로 50분의 1로 줄였다. 박 원장은 “이전에는 헤모글로빈 수치만 보고 환자 상태를 판단했지만 이제는 수치가 아니라 환자를 본다”며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도 환자 상태가 괜찮으면 수혈하지 않고도 충분히 수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술 중 출혈이 거의 없으니 끝난 뒤 수술방이 깨끗하다”며 “수혈하는 치료를 공급자 중심 의료라고 한다면 수혈을 안 하는 치료는 환자 중심 의료”라고 했다.

적정수혈 병원은 환자가 안전한 병원이 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박 원장은 내다봤다. 그가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원칙이다. 박 원장은 “올해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은 지 10년 되는 해로 4차 인증을 앞두고 있다”며 “인증을 위한 인증이 아니라 언제든 인증을 자신 있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JCI에서 요구하는 국제적 환자중심 사고가 고려대의료원의 의료 문화로 녹아들도록 할 계획이다.

외국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원장은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를 통해 연구개발(R&D) 역량도 강화할 것”이라며 “의료 분야에서 차세대 4차산업을 선도하는 병원이 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