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전문 IoT 솔루션으로 3200만명 미국 시장 공략할 것"
"아직 근본적인 아토피 치료법은 없습니다. 피부장벽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IoT(사물인터넷)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창희 지파워 대표(사진)는 의사가 아니지만 아토피 지식은 전문가 수준이다. 딸이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아토피는 환자도 힘들지만 가족이 신경 쓸 점이 많은 질병"이라며 "피부 상태를 매일 파악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피부장벽에 주목했다. 피부장벽은 외부 유해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피부의 가장 바깥쪽 각질층이다. 피부장벽이 손상되면 이물질이 피부를 쉽게 자극하고 피부 수분이 빠져나가 가려움증, 홍조증, 아토피, 건선 등을 일으킨다. 그는 "피부장벽을 꾸준히 관리하는 게 아토피 해결의 차선책"이라고 했다.

지파워는 지난해 피부장벽측정기 '지피스킨베리어'와 앱(응용프로그램) '지피스킨 앱'을 출시했다. 지피스킨베리어는 피부의 경피수분손실도와 피부수분도를 측정한다. 경피수분손실도는 피부를 통해 빠져나가는 수분 손실량이다. 피부수분도는 피부 각질층에서 함유하고 있는 수분량이다. 피부 건강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이 두 가지가 꼽힌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과거 반도체 직접회로를 다뤘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피스킨베리어에 들어가는 경피수분손실도 센서와 피부수분도 센서를 직접 만들었다. 그는 "반도체 회사, 벤처기업 등에서 오랫동안 반도체 직접회로를 만져 왔기 때문에 개발 과정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지피스킨베리어의 성능은 상당하다. 한 대표는 "가격은 기존 검사기기의 140분의 1 수준인 25만원이고 크기도 한 손에 잡힐 만큼 줄였지만 정확도는 대등하다"고 했다. 현재 출원한 특허 9개 중 4개가 등록됐다. 해외 특허 출원도 계획하고 있다.

지피스킨베리어로 측정한 결과는 지피스킨 앱으로 전송·저장된다. 지피스킨 앱은 두 요소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1(염증)~6(강함)단계로 평가한 뒤 이에 맞는 관리법을 제공한다. 32명의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검증받은 내용으로 알맞은 보습제, 목욕·세안 방법, 생활습관 등이 포함된다.

아토피 환자는 경피수분손실도가 높고 피부수분도가 낮다. 피부가 수분을 지키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금방 건조해지고 쉽게 자극받는다. 한 대표는 "지피스킨베리어로 편리하게 피부 상태를 관리하면 증세가 좋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의료원과 성인 아토피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임상 시험 결과 아토피 중증도가 29%, 스테로이드제 사용이 56% 감소했다. 그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피부를 검사하고 앱이 알려 주는 대로 따르는 치료 순응도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지피스킨베리어는 현재 피부과 병·의원 40곳에 납품된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www.gpskin.co.kr)도 개설했다. 아직은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지 고민 중이다. 한 대표는 "기존의 피부 측정 기기도 의료기기가 아니다"라며 "앱에서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니라서 필요성이 크진 않다"고 했다.

지파워는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아토피 환자는 약 3200만명이다. 하지만 매번 병원을 찾기가 힘들어 환자 스스로 피부를 관리하는 데 의사가 도움을 주는 원격의료가 발달하고 있다. 한 대표는 "미국 FDA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아 지피스킨베리어로 환자를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의료기관의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의 UCSF, OHSU, 스탠포드대 등 대형병원이 아토피 연구에 지피스킨베리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 대표는 "우리 기기를 환자들에게 주고 매일 피부 상태를 측정하게 하면 엄청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파워는 지난해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이 개최한 '서울 이노베이션 퀵파이어 챌린지'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은 의료 분야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제이랩스(JLABS)를 운영하고 있다. 제이랩스는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는 개방형 혁신 공간이다. 한 대표는 "샌프란시스코 제이랩스에 입주 요청 서류를 제출했다"며 "올해 지사를 설립해 미국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파워의 평균 월 매출은 3500만원 정도다.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1억원을 넘어야 한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연말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30~50억원 정도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