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관람은 '추위와 싸움'… "몸 떨리거나 졸음땐 저체온증 의심"
오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다. 하루 전날인 8일 컬링 예선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첫 경기를 치른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민들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시차가 다른 해외에서 열릴 때와 달리 경기를 보려고 밤을 지새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겨울철에 경기를 보다가 자칫 흥분하면 심장 등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개·폐회식, 설상 종목 등을 관람하기 위해 추운 야외에서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면 저체온증이나 동상 등 한랭질환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건강하게 즐기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개·폐회식 관람 시 저체온증 주의해야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지방은 국내에서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올해 한반도를 찾아온 한파의 영향으로 올림픽 기간 평균 기온은 영하 7도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체감 온도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 중 가장 추운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스타디움은 지붕이 없는 개방형 경기장으로 지어졌다. 용평 알파인 센터 등 설상대회 경기장은 관람석이 야외에 설치돼 있다. 관람객들은 특히 방한에 신경 써야 한다.

낮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 위험이 높아진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질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몸의 중심부 체온이 33~35도 정도로 떨어진 가벼운 저체온증이 있으면 몸을 떠는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에 닭살이 생기고 혈관이 수축해 피부가 창백해지며 입술이 파랗게 변한다. 눈을 뜨고도 잠을 자는 것 같은 기면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자꾸 잠을 자려 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것도 저체온증 증상이다. 중심을 못 잡고 쓰러지거나 외부 자극에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이보다 체온이 내려가 중심부 체온이 29~32도가 되면 의식상태가 더욱 나빠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심장 박동과 호흡이 느려진다. 중심부 체온이 28도 이하가 되면 심장이 멈추거나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몸의 세포와 장기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평창올림픽 관람은 '추위와 싸움'… "몸 떨리거나 졸음땐 저체온증 의심"
바람 차단할 담요, 작은 우산도 도움

오랜 시간 개·폐회식 행사를 집중해 관람하다 보면 춥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이 더욱 크다.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 바람을 차단할 수 있는 담요 등을 지참해야 한다. 눈 때문에 옷이 젖지 않도록 방수가 되는 옷을 입어야 한다. 눈이 내릴 때를 대비해 작은 우산을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방한화를 신고 방석을 지참하는 것도 좋다.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보온이 잘되는 옷을 입고 모자를 써야 한다”며 “손목, 발목, 목 주위로 바람이 잘 들어오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목 부위를 노출시키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보온을 위해서는 두꺼운 옷을 한 벌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좋다. 실내외를 이동할 때 기온에 맞춰 복장을 바꾸기에도 좋다. 개·폐회식이나 경기 관람 중 몸이 심하게 떨리는 등 추위를 느낀다면 따뜻한 음료나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 난방 장치가 있는 실내로 이동해 체온을 높여야 한다. 아이들은 추위를 느껴도 경기를 관람한다는 즐거움 때문에 표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동행한 어른들이 수시로 잘 살펴야 한다.

동상 걸리지 않게 장갑, 핫팩 등 준비해야

오랜 시간 추위에 노출되면 동상 위험도 높아진다. 영하 10도 날씨에 눈까지 내리면 체감 온도는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손가락, 발가락, 귀, 코, 볼 등의 온도가 0도 이하로 떨어지면 동상 위험이 높아진다. 추위와 함께 통증을 호소하다가 서서히 조직이 마비된다. 동상으로 피부가 얼면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 저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손상 정도는 피부가 노출된 기온과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동상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몇 시간 안에 정상으로 회복한다. 증상이 심하면 조직이 죽으면서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동상이 생기면 피부 조직이 상하기 때문에 문지르거나 비비는 것은 삼가야 한다. 손상된 부위는 최대한 빨리 따뜻하게 해야 한다. 동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양말, 장갑 등으로 손과 발을 잘 보온해야 한다. 추위를 느끼는 부위에 핫팩 등을 수시로 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설상 종목이 열리는 경기장에서는 자외선 차단에 신경 써야 한다. 눈에 반사되는 자외선량은 평소보다 네 배 정도 많다. 관람 30분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두 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 고글 등을 착용해 눈이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높은 산, 탁 트인 곳에 있는 경기장이 많기 때문에 바람도 신경 써야 한다. 찬 기온과 강한 바람이 피부를 자극해 거칠고 건조해질 수 있다. 피부가 트기도 한다. 로션 등을 바르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감염병도 주의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선수들과 관람객, 취재단 등이 몰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이 급속히 퍼질 우려가 크다. 방한과 감염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응원 도중 지나친 흥분 주의하세요”

경기장이 아니라 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도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는 심장질환이다. 독일에서는 월드컵 기간, 경기 시작 시간부터 시작 후 두 시간까지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온 환자가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올림픽 경기에 열중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일이 많다. 흥분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관이 수축한다. 더욱이 실내외 온도차가 큰 겨울에 갑자기 야외에 나가면 심장이 수축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경기를 보며 흥분한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화를 삭이겠다고 얇은 옷차림으로 야외에 나가면 심장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이정아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경기를 관람할 때 선수와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것은 피하고 경기 결과에 과도하게 영향받지 않도록 업무, 사회생활, 공부 등 올림픽 외의 중요한 일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올림픽 때문에 새해에 굳게 세운 결심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 경기 승패에 너무 몰입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거나, 굳은 결심으로 멀리하던 술을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늦은 시간까지 경기 재방송 등을 시청하다 수면 패턴이 깨지지 않도록 경기 시청 시간은 정해둬야 한다. TV를 보다가 잠이 오면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이정아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