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으로 암 재발 절반 줄어드는데…암 환자, 운동법조차 몰라
적절한 운동은 암 환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환자의 심리적 건강을 증진하며 삶의 질을 높인다. 그러나 환자가 자기 상태에 맞는 운동법을 몰라 운동량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암 환자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운동은 암 재발률을 낮춘다. 일주일에 3시간씩 운동하면 유방암, 대장암 등의 재발 위험이 50% 줄어든다. 비만, 과식,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인 대사성 질환과 관련된 암의 재발을 막는 데 효과가 좋다.

그럼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암 환자는 많지 않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의 암 환자 운동 권장량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암 환자는 약 30%에 그친다.

암 환자의 운동량이 떨어지는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암 환자를 위한 운동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환자 상태에 적정한 강도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구체적 운동법이 필요하나 몰라서 못한다는 얘기다. 한 환자는 “내 증상에 맞게 운동을 어떻게 하라는 얘길 듣고 싶은데 일반적인 방법만 알려준다”며 “그런 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서관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암 환자의 90%는 어떻게 운동해야 할지 모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의료계도 공유하고 있다. 전용관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김남규 연세암병원 대장암클리닉 교수가 2015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암 전문의 중 46%만 환자에게 운동을 권장한 경험이 있었다.

서 교수는 “환자에게 일일이 운동법을 설명하려면 최소 15~20분이 걸린다”며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달리기나 걷기, 등산을 하라는 정도의 일반적인 내용뿐”이라고 했다. 운동법을 정확히 몰라 권장하지 못했다는 의사도 5명 중 1명꼴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운동에 대한 지침이 없어 환자가 질문을 하면 답을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일부 병원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중이다. 연세암병원은 암 생존자 클리닉을 운영하며 1 대 1 맞춤형 운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방암 수술 뒤 림프 부종이 생기거나 대장암 수술 뒤 배변 조절을 못하는 환자의 경우 운동상담실에서 몸 상태를 점검받고 운동요법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자원봉사자에게 운동법을 배운다. 또 운동에 관한 각종 자료가 주어지며 전문가와 함께 운동을 하며 자세를 교정한다. 박지수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교수는 "한 환자당 대략 30분 정도 소요되며 일주일에 10~20명의 환자가 운동 지도를 받는다"고 했다.

서울대병원도 진찰 환자 수를 줄여 의사가 환자에게 운동 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을 점차 늘리고 있다. 서 교수는 “병원별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한암재활학회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암 환자를 위한 운동 매뉴얼을 체계화하려는 시도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체력코치협회(KCA)와 의료 플랫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유티인프라가 유방암 환자 맞춤형 운동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것이 한 사례다.

김태형 KCA 대표는 “운동법 약 3만여가지 중 유방암 환자에게 유용할 만한 것 30가지 정도를 골라 각종 자료를 참고해 정리하고 있다”며 “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운동 유형, 강도, 세트, 횟수 등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박동국 유티인프라 대표는 “운동 프로그램을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제작해 의사가 환자에게 쉽게 운동법을 가르치고 지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