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혈당 측정하는 똑똑한 콘택트렌즈 나왔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대사성 질환이다. 혈관과 신경계를 망가뜨려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국내에만 환자가 최소 3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치료법이 없어 환자는 주기적으로 피를 뽑아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당뇨병 자체보다 채혈하고 주사를 맞는 고통이 더 크다”는 환자들이 많다. 과학자들도 환자들을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박장웅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변영재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이정헌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눈물 속 포도당을 감지해 혈당을 측정하는 ‘무선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지난 25일 발표했다.

당뇨병은 평소 혈액 속 포도당(혈당) 농도 관리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혈액을 채취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지만 눈물에 포함된 포도당 수치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콘택트렌즈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실제로 구글과 소니가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나섰다고 발표했고, 삼성전자도 눈에 착용하는 미래형 콘택트렌즈 기술에 대한 특허 신청을 냈다.

이번에 개발된 콘택트렌즈에는 눈물 속 성분인 포도당을 감지하는 센서와 혈당이 정상 수치인지를 나타내는 LED(발광다이오드)가 달려 있다. 포도당 센서는 포도당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전기신호를 감지하는데, 혈당이 정상 수준일 때 LED가 켜지도록 설계됐다. 혈당이 정상보다 높으면 LED는 꺼진다. 콘택트렌즈를 눈에 착용하고 LED가 켜지면 ‘정상’, 꺼지면 ‘혈당이 높다’는 의미다.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콘택트렌즈에 주로 사용되던 전극은 주로 금이나 인듐주석산화물(ITO)이었다. 그러나 이들 소재는 불투명하거나 신축성이 떨어져 웨어러블 전자소자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사용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평범한 소프트 콘택트렌즈를 기판으로 사용했다. 그 위에 신축성이 있는 고감도 안테나와 정류회로, 포도당 센서를 집어넣었다. 센서와 LED를 켜는 데 쓰이는 전기는 전적으로 무선 안테나를 통해 공급된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박지훈 UNIST 신소재공학과 연구원(석·박사통합과정생)은 “무선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기판과 전극이 모두 투명해 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며 “혈당 측정과 표시에 필요한 소자가 렌즈 하나에 모두 들어가 다른 장치 없이도 간단하게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토끼에 착용시켜 혈당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토끼는 렌즈 착용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눈물 속 포도당 농도를 높이자 LED가 꺼졌다. 콘택트렌즈가 작동하는 중에는 열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렌즈 모양이 약간 달라지거나 눈에 다른 물질이 들어가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박 교수는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유연한 전자소자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웨어러블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미션임파서블’에 나오는 첨단 기능을 갖춘 콘택트렌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