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에서 서비스에 나선 중국 공유자전거 모바이크.
경기 수원에서 서비스에 나선 중국 공유자전거 모바이크.
중국의 양대 공유자전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오포와 모바이크가 나란히 한국에 진출했다. 태동 단계인 ‘토종’ 공유자전거 스타트업과 달리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곳들이어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포는 이달부터 부산 남구 일대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100여 대를 배치해 무료로 운영 중이며, 정식 운영 시점과 요금 정책 등을 조율하고 있다. 자전거 거치대를 따로 두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잡아탄 뒤 원하는 곳에 주차하는 ‘비고정형’ 방식이다. 오포의 상징인 노란색 몸체의 자전거에는 내구성을 높인 스마트 잠금장치, 수납용 바구니, 태양열 안전 라이트 등이 장착됐다.

2014년 베이징에서 설립된 오포는 세계 250여 개 도시에서 1000만여 대의 공유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평균 이용 횟수가 3200만 건에 이르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7월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에서 7억달러(약 7400억원)의 초대형 투자(시리즈E)를 유치했다. 오포 측은 “현장 직원을 배치해 앱(응용프로그램) 사용법과 올바른 주차법 등을 홍보하고 있으며 부산시청, 남구청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바이크는 지난 3일 경기 수원시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광교중앙역, 수원시청역, 매탄권선역 인근에 200대를 배치했으며 올 상반기 안에 1000대로 늘릴 예정이다. 이용료는 30분당 300원이고, 처음 사용할 땐 보증금 5000원을 내야 한다. 앱으로 자전거에 붙은 QR코드를 읽히면 잠금장치가 풀린다. 다 쓰고 나선 지정된 주차구역에 세운 뒤 수동으로 잠그면 된다. 자전거는 모바이크 상징색인 주황색이며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가볍고, 별다른 유지보수 없이 4년 동안 쓸 만큼 튼튼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2015년 상하이에서 창업한 모바이크는 오포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1년여 만에 200여 개 도시에 진출했다. 누적 주행거리가 182억㎞에 달해 약 44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작년에만 10억달러(약 1조원)의 투자를 따냈으며 중국 텐센트, 대만 폭스콘, 싱가포르 테마섹 등 투자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의 90%를 장악한 ‘투톱’이 상륙하면서 라이클, 매스아시아 등 국내 스타트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라이클은 입문용 자전거부터 전기자전거, 산악자전거(MTB)까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인업을 강조하고 있다. 매스아시아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 11월 ‘에스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백범 라이클 대표는 “중국 업체의 진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공유자전거가 대중화된다는 점에서 국내 스타트업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