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값싸게 컨설팅 받는 세상

컨설팅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고객을 상대로 상세하게 상담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맥킨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베인앤컴퍼니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어려움을 겪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컨설팅 시장은 계속 성장세다. 통계청의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조사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경영컨설팅업 사업체는 2427개, 매출액은 2조2853억원이었으나 2014년에는 사업체 7118개, 매출액은 5조7230억원으로 성장했다. 기업 경영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찾아야 할 일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부담 없이 컨설팅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컨설팅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4~8주 수준의 프로젝트를 하나 맡기면 적어도 3000만원, 많게는 억단위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장 활성화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부담 없이 컨설팅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프로파운드는 작은 회사들도 싼값에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창업자인 이유경 대표는 “기존 컨설팅 시장의 문제였던 정보 비대칭성과 비싼 가격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며 “프로파운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100분의 1 가격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을 사고 파는 ‘오픈 마켓’

서비스 구조는 간단하다. 지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일종의 ‘오픈 마켓’을 만든 것이다. 비즈니스 컨설팅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과 해당 분야에 대한 경력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셈이다.
이를 위해 프로파운드는 먼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회사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전문가 풀은 6만3000명이다. 금융, 투자, 재무, M&A,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대관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전문가와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전문가들도 전체 전문가 중 10%에 이른다고 한다.

컨설팅을 원하는 기업이 프로파운드 웹사이트(http://profound.guru)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검색하면 각 분야의 전문가 목록이 나온다. 다만 실명이나 현재 일하는 회사가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이 어느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지, 해당 분야의 경력이 몇 년인지,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인지를 자세하게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컨설팅 받기를 원하는 전문가의 이력을 확인한 뒤 예약 버튼을 눌러 가능한 시간을 정하면 된다. 일정이 확정되면 프로파운드가 양쪽에 컨퍼런스 번호와 액세스 코드를 보내고 이를 통해 상담이 이뤄진다.

믿을 수 있는 전문가를 소개해준다는 신뢰를 쌓는 것이 과제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컨퍼런스 콜 방식이 원칙이다. 서로의 신상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전직이거나 프리랜서는 공개할 수 있는데 현직에 있는 전문가는 법적인 문제로 공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지 이력서와 SNS, 직접 인터뷰, 상담 후 고객 리뷰 등 4단계 검증 방식으로 확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면 양쪽 동의 하에 만나서 진행하기도 한다. 질문 작성이나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는 프로파운드 측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용자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은 과연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정말 전문가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어떤 회사에서 신사업 기획을 위해 동종업계 전문가를 찾아 컨설팅을 받았는데 그사람이 경쟁업체 직원이라면 어떻게 될까. 현직에 있는 사람이 전문가로 등록해 컨설팅을 해주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을까. 이에 대해 프로파운드에 투자를 검토 중인 한 회사의 대표는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 회사인 거슨레먼그룹(GLG)이 프로파운드처럼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있다”며 “회사에 대한 자세한 얘기보다는 인사이트 위주의 스팟 컨설팅이기 때문에 현직자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뢰도 문제는 좋은 평판을 지속적으로 쌓는 방법 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누구나 값싸게 컨설팅 받는 세상

아직까지 성사된 상담 건수가 많지는 않다. 주로 중소기업이나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이 고객이라고 한다. 특히 정부나 국회를 상대하는 대관 업무 때문에 문의하는 기업이 많다는 설명이다. 대관 업무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별도 조직을 꾸리기 어렵다. 이런 기업들이 프로파운드를 통해 대관 전문가를 소개받아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사업 경력이 있는 사람과 상담을 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컨설팅 비용은 10년차 경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의 자문료는 통상 시간당 3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프로파운드에 내는 별도 수수료(10%)와 부가가치세 등을 더하면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최종 가격이 나온다. 전문가는 책정된 자문료 가운데 수수료 10%를 제외한 금액을 받게 된다. 이 대표는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수료를 낮춰 오프라인으로 전문가를 소개해주는 업체들보다 상담 비용이 훨씬 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 트렌드를 조사하는 등 기획 초기 단계에서 실무 전문가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유용하다”며 “한번 서비스를 써본 고객의 재사용률이 6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을 연결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긴다

이 대표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9월 창업하기까지 10여년 동안 네 군데 회사를 다녔다. PSI(폴리티컬 사이언스 인스티튜트)라는 일본 정책연구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다음은 국회 의원실에서 정책 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일본 딜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홍보 대행사 에델만에서도 근무했다. 그는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면서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좋아했다고 한다. 업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다른 지인을 소개해주는 식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대표는 “첫 직장을 제외하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종이었다”며 “사람을 연결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6년 1월 에델만을 나와 창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따로 사무실을 얻지 않고 구글캠퍼스 서울의 커피숍에서 사업 계획서를 썼다. VC를 찾아가 계획서를 내밀었지만 “너무 이상적이다”라고 퇴짜를 맞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외주 개발을 맡겼다가 사기를 당하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누구나 값싸게 컨설팅 받는 세상

사업이 진전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하반기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되면서 부터다. 2016년 9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고 2017년 1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6만3000명에 이르는 전문가 풀을 확보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 구상 단계에선 이 대표가 국회, 딜로이트, 에델만 등에서 일하며 만난 지인 150여명이 전부였다. 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계속 넓혀나갔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다양한 기업을 찾아다니며 직위가 본부장급 이상인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전문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해외 업체와 제휴를 맺기도 하는 등 서비스 범위를 넓혀나갔다. 일본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비자스쿠’의 전문가 풀은 3만명 선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해외 전문가를 늘릴 필요는 있지만 현재 수준에서도 웬만한 산업군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숫자”라고 말했다.

궁극적 목표는 비즈니스 솔루션
프로파운드의 비전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업을 연결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세상’이다. 현재는 전문가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매칭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한발짝 더 나가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든다는게 이 대표의 목표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와도 핵심 콘텐츠는 사람에게 있고 사람의 경험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가장 잘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스타트업 ‘콘텐틀리’를 예로 꼽았다. 이 회사는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회사다.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열어놓고 수많은 프리랜서 기자와 사진작가, 편집자 등을 끌어들였다. 한 회사가 프로젝트를 만들면 기자와 사진작가, 편집자가 참여해 일을 진행한다. 일종의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이 대표는 “SNS 같은 사생활 위주의 네트워크보다는 특정 분야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한 마켓 네트워크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더 많이 생겨난다”며 “앞으로 법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마켓 네트워크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즈니스 컨설팅 분야의 마켓 네트워크를 프로파운드가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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