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광고 장면. / 사진=넥슨 유튜브 공식계정
넥슨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광고 장면. / 사진=넥슨 유튜브 공식계정
# 비상금을 태워 몸을 녹이고 이름 모를 열대 과일로 배를 채우는 남자. 영상은 남자가 야생의 섬에서 생존해나가는 과정을 일자별로 기록해 보여준다. 도구를 만들어 사냥하고 집을 짓는 모습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야생의 땅: 듀랑고' 광고)

# 평화로운 숲속을 말을 타고 거니는 여자. 이어지는 성우의 목소리. "주황갈기 적토마와 세렌디아 숲을 지날 때 들리는 기분좋은 휘파람 노래를 따라 부르지마세요."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을 바라보는 순간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든다. "그건 아마도 당신을 향해 오는 반란군의 화살 소리일테니까" ('검은사막 모바일' 광고)

◆영화 예고편 아냐?…달라진 게임 광고

톱스타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던 모바일게임 광고가 달라졌다.

넥슨이 5년 반 만에 내놓는 기대작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 광고는 영화 예고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 모델은 무명의 외국인 배우다. 광고는 한 남성이 게임 제목처럼 '야생의 땅'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광고에는 유명한 연예인은 물론 게임 실행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후반부에 텍스트로 게임 제목이 뜨지 않았다면 게임 광고인지 조차 모를 수 있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광고. / 사진=검은사막 모바일 유튜브 공식 계정.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광고. / 사진=검은사막 모바일 유튜브 공식 계정.
펄어비스가 다음달 선보이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광고도 기존 게임 광고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광고는 신비로운 자연 풍경과 잔잔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후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게임 플레이 영상이 나온다. 도입부만 봐서는 어떤 광고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광고를 본 네티즌들은 "화장품 광고인줄 알았다" "반전이 감명 깊었다"고 호평했다.

게임빌의 '로열블러드'는 광고에 나온 음악이 화제가 됐다.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 우승자인 행주는 특유의 랩 실력을 발휘해 로열블러드를 소개한다. '니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의 배틀' '새 시대를 열어 MMORPG The Next' 등 가사를 담은 이 곡은 화려한 게임 영상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 대신 호기심 자극하는 '스토리'

한 때 국내 모바일게임 광고에는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지드래곤 태연 설현 아이유 등 아이돌은 물론 장동건 정우성 이병헌 최민식 등 최정상급 배우들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같은 스타 마케팅이 잦아든 분위기다. 여전히 일부 게임들은 유명 연예인을 광고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기대를 모으는 신작들의 광고엔 스타들이 사라졌다. 내레이션이나 배경음악으로 목소리가 등장하더라도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게임 광고에서 스타들은 왜 사라진 걸까. 최근 모바일게임 광고들은 연예인의 이미지 대신 참신한 게임성과 새 지적재산권(IP), 화려한 그래픽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듀랑고와 로열블러드는 전에 없던 새로운 IP를 자체 개발해 완성한 모바일게임이다. 리니지같은 기존 인기 PC온라인게임 I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들과는 태생이 다르다.

특히 듀랑고는 기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부분이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것과 달리 현대인이 공룡시대에 떨어져 야생의 땅을 개척해 나가는 독특한 세계를 다루고 있다. 농사나 요리, 재봉, 건축 등 야생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핵심 콘텐츠다.
넥슨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광고 장면. / 사진=넥슨 유튜브 공식 계정.
넥슨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광고 장면. / 사진=넥슨 유튜브 공식 계정.
광고는 생소한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스타 모델 대신 게임의 세계관을 그대로 녹여내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넥슨 관계자는 "독특한 콘셉트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워프(순간이동) 스토리를 시리즈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며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지 않고도 이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스토리를 구성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세 게임 모두 기존 MMOPRG와 다름을 강조해온 만큼 의도적으로 광고부터 차별화를 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게임은 캐릭터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최소화해 과금 요소를 줄이고, 모바일게임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임빌 관계자는 "로열블러드는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다양한 특징들이 많은 게임으로, 게임의 메인 슬로건도 '차세대 MMORPG'를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