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대회 자원봉사자가 대한결핵협회 산하 서울 복십자의원에서 수막구균백신을 접종받고 있다.대한결핵협회 제공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자원봉사자가 대한결핵협회 산하 서울 복십자의원에서 수막구균백신을 접종받고 있다.대한결핵협회 제공
평창동계올림픽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95개국 6000명 이상의 선수가 참여하고 응원단, 여행객, 관중 등 국내외에서 13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건당국은 감염병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 행사가 열릴 때마다 국내에는 평소엔 드물던 감염병에 걸리는 환자가 늘어난다.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외국인이 좁은 공간에 모이는 일이 많아지면서다. 대표적인 게 수막구균성수막염이다. 국제 행사가 없는 평상시에는 해마다 보고되는 감염자 수가 10명 이하지만 한국에서 첫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는 42건,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27건이 보고됐다. 해외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고,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에서도 30년 이상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800~1500건의 수막구균성 질환이 발생하고 유럽에서는 한 해 3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온다.

수막구균성수막염은 수막구균이라고 불리는 세균에 감염돼 몸에 염증이 일어나는 질병이다. 수막구균은 뇌수막이라고 불리는 뇌를 둘러싼 얇은 막에도 침투하는데 이때 염증이 일어나는 게 뇌수막염이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대개 며칠 뒤 자연스레 치유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에 비해 방치했을 때 사망이나 합병증 발생 등 위험이 크다. 감염 이후 진행 속도가 빠르고 발열, 전신 쇠약 등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비말이나 호흡기 분비물에 의해 충분히 감염될 수 있다. 관련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강조되는 이유다.

수막구균성수막염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출시돼 있다. 백신은 혈청형에 따라 다른데 아시아권에서는 A형 혈청형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수막구균 백신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환자 없는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감염병 대응계획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영국 중국 등 군중의학 전문가를 초청해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군중의학 국제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와 대한결핵협회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대회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운영인력들이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난 8일부터 한 달간 감염병 관리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수막구균성수막염을 비롯해 결핵 등 주요 감염병이 대상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운영인력 8만 명을 대상으로 흉부 엑스레이 촬영검사를 통한 결핵 검진 및 유소견자 대상 결핵균 검사, 수막구균 예방백신접종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한성 조직위 의무부 부장은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서는 운영인력이 아무런 탈 없이 건강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자 필수”라며 “대회 운영 중 감염질환 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운영인력들이 본격적인 단체생활을 시작하기 전 결핵 검진 및 수막구균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잘 알려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