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스포츠 F1팀의 머신. 차량 뒷부분에 빅데이터 분석 부문 제휴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들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르노 스포츠 F1팀의 머신. 차량 뒷부분에 빅데이터 분석 부문 제휴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들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1950년 시작된 포뮬러원(F1)은 세계가 주목하는 자동차 경주대회다. 연간 TV 시청자가 23억 명에 달해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F1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드라이버 역량과 머신(경주용 자동차)의 성능이다.

최근엔 여기에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레이싱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역량에 따라 강팀과 약팀이 나뉘고 있다는 얘기다. 보통 한 대의 F1 머신엔 200개 안팎의 센서가 들어간다. 서킷을 돌고 있는 머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관제센터로 전송하는 게 센서의 역할이다. 관제센터 엔지니어들은 타이어의 마모 정도나 브레이크 온도, 드라이버 반응속도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경기 전략을 수립한다.

요즘은 관제센터 엔지니어의 역할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이어받는 분위기다. 더욱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검토해야 하는 데이터가 매년 늘고 있는 것도 AI 알고리즘의 수요가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빅데이터 기술을 F1에 활용하면 서킷(경기장 한 바퀴)당 1초 안팎의 기록 단축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팀은 지난 4월 실리콘밸리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팁코(Tibco)와 손잡았다. 더 나은 기록을 위해선 데이터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제휴는 벌써부터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팀은 팁코와의 제휴 이후 치러진 15개 지역 대회 중 9개 대회에서 1위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회 데이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 결과물들이 기록 단축에 보탬이 됐다는 설명이다.

르노 스포츠 F1팀은 5년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원을 받고 있다. 빅데이터 처리에 특화한 MS의 AI 로봇이 경기 내내 운영 전략을 조언한다. 이 로봇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쉬지 않는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조건에서의 레이싱 시뮬레이션을 한다. 다음 레이싱에서 승률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