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산업이 4차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어부터 어려운 제약바이오 산업을 제대로 알기란 힘듭니다. 또 매일매일 신기술이 나오고 다양한 치료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궁금하지만 어려운 제약바이오,'궁금한 바이오'에서 풀어드립니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서 열린 제36회 JP모건헬스케어 콘퍼런스의 핫이슈는 '면역항암제'였습니다.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인 '여보이'와 '옵디보'를 개발할 BMS는 임상 결과 및 면역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공개했습니다. 사노피와 리제네론도 면역항암제 '세미플리맙' 개발에 1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면역항암제는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치료제입니다.

면역항암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항암치료에 대해 알아야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곳에서 암환자들의 머리가 빠지는 장면들을 보셨을 겁니다. 항암치료제의 부작용 때문인데요. 1세대 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하지만 정상세포도 파괴하기 때문에 탈모, 구토 등의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후 개발된 2세대 항암제는 표적 항암제입니다. 말 그대로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치료제입니다. 그러나 표적치료제는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제들의 대안으로 나온 3세대 항암제가 면역항암제입니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합니다.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죠.

면역항암제는 항암효과도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데다 부작용도 낮습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암을 치료한 것으로 유명한 '키트루다'도 면역항암제입니다. 또 유전자 변이와 암 종류와 관계없이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번 개발하면 다른 암 치료제로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들 보다 의학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것이죠.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20조원 규모였던 면역항암제 시장은 2022년 약 91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특히 면역항암제 중에서도 키트루다, '여보이' 같은 면역관문억제제가 업계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면역관문억제제도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들기 때문에 면역항암제에 속합니다. 다만 암세포는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면역세포에 있는 단백질(PD-1)과 결합합니다. 같은 편인척 같은 유니폼을 입어서 공격을 피하는 겁니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바로 이 속임수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암세포가 면역세포에 있는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도 완벽한 치료제는 아닙니다. 면역항암제는 일부 환자들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왜 모든 환자들에게 효과가 없는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 간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면역항암제를 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들은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지만 면역항암제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항암제보다 효과가 좋다"며 "병용임상시험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만 해도 한미약품, 삼양바이오팜,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유한양행 등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라젠, 제넥신 등은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면역항암제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관심과 열기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