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의 승부수… LGU+, CJ헬로 인수 땐 단숨에 유료방송 2위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사진)이 유료방송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케이블TV(SO)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사들여 단숨에 유료방송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서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펼쳤다. CJ그룹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SO 사업을 선제적으로 정리하고 콘텐츠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에 따라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TV(IPTV)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하반기 CJ헬로를 인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CJ그룹과 협상을 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거래를 마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가격과 거래 종결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은 2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양측 모두 거래 종결에 대한 의지가 크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LG유플러스는 IPTV 가입자 수가 328만 명으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10.67%에 머물고 있다. 397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CJ헬로를 인수하면 총 가입자 수는 725만 명, 시장점유율은 23.55%로 늘어나 SK브로드밴드(415만 명·13.49%)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 합쳐 940만 명(30.54%)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1위 사업자 KT를 뒤좇게 된다.

2016년 SK브로드밴드와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뒤 독자 생존을 위해 노력해온 CJ헬로는 IPTV와 경쟁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다시 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CJ헬로는 2016년 경남지역 SO인 하나방송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 데 이어 최근에는 렌털 사업,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등 신규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권영수의 승부수… LGU+, CJ헬로 인수 땐 단숨에 유료방송 2위로
2009년 이동통신 3사가 IPTV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SO는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이동통신사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인터넷, 유·무선전화 등 결합 상품을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SO 상위 3개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2013년 1만4979원을 찍은 뒤 2016년 1만3596원까지 떨어졌다. 2013년 940억원에 달했던 CJ헬로의 영업이익은 2016년 42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라는 ‘큰 산’이 남아 있다. 2016년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공정위가 막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면 23개 방송권역 중 21개 권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가 되고, 그중 15곳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며 합병을 막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공정위 기준을 적용하면 어떤 기업이라도 IPTV 업체의 SO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 기류가 당시와는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IPTV 업체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전국을 78개 방송권역으로 나눠 규제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CJ헬로의 하나방송 인수를 승인해준 것도 업계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CJ헬로는 하나방송 인수로 경남 일부 지역의 유료방송 점유율이 53.53%까지 올라갔지만 공정위는 △2년간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가격 인상 제한 △단체 가입 거부 및 일방 해지를 통한 인상 제한 등의 조건을 붙여 승인해줬다.

2015년 6월 시행됐던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법(시장 점유율 33% 이상 제한)도 오는 6월 일몰(법안 폐지)이 예정돼 있어 공정위가 더 이상 유료매체 시장 재편을 지연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훈/정영효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