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A한방병원 한의사들이 무면허 의료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의사총연합(최대집 상임대표)은 10일 오후 3시 30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A한방병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말기암 전문 한방병원인 A한방병원 의료진은 한의사 17명·의사 2명이다. 연매출은 3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최대집 상임대표는 "A한방병원 한의사들이 의료법 27조 1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27조 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는 한의사와 간호사가 교환한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를 증거로 제시하며 "지난해 7월까지 A한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제보자가 제공한 자료"라고 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A한방병원 한의사들은 동료 의사의 면허번호와 OCS(처방전달시스템) 아이디를 빌려 전문의약품이나 진단검사를 환자에게 처방했다.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한의사 대부분이 동일한 방법으로 진료했다는 설명이다. 전선룡 전국의사총연합 법제실장은 "한의사가 의사 명의를 빌려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자격증 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A한방병원에서 벌어진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사례들을 공개했다. 눈떨림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리리카 75mg을 처방하라는 한의사의 지시에 대해 그는 "리리카는 당뇨병·대상포진 합병증으로 말초 신경에 통증이 생겼을 때 이를 완화하는 데 쓰이는 약품이지 눈떨림에 쓰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약성 진통제인 몰핀 투여를 한의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경우도 있었다.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몰핀 10mg을 처방하라는 지시를 의사로부터 받은 간호사가 정작 주사하기 전엔 한의사에게 보고했던 것. 최 대표는 "몰핀을 과다 투여하면 호흡 곤란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천식환자에게 잘못 사용될 경우 큰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의료기기인 산소흡입마스크가 한의사 지시로 환자에게 쓰인 일도 언급됐다.

최 대표는 "말기 암환자의 가족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한의사들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법률적·의학적 검토를 거쳐 내일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했다. 해명을 듣기 위해 A한방병원에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