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동안 중앙처리장치(CPU)의 중대 보안 취약점을 숨긴 인텔에 대한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배터리 게이트’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애플에 대한 추가 집단소송도 각국에서 확산되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7일 미국 IT 전문매체 기즈모도에 따르면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인텔을 상대로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된 데 이어 4일에는 오리건주와 인디애나주 남부지방법원에도 집단소송이 접수됐다.

앞서 2일 영국 IT 전문매체 레지스터는 인텔이 지난 10년간 팔아온 CPU 칩에서 해킹에 취약한 결함이 발견됐으며 인텔은 이를 알고도 6개월간 감췄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이틀 만에 미국에서만 세 건의 집단소송이 접수됐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인텔에 불법 거래 행위와 부당 이득 축적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반도체 칩의 해킹 취약성과 인텔 측의 정보 공개 지연 등으로 입은 손해와 보안 업데이트로 인한 CPU 성능 저하로 받을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캘리포니아 집단소송 측 변호인인 빌 도일은 “인텔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고통을 겪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인텔의 x86 프로세서에서 보안 결함인 ‘멜트다운’과 ‘스펙터’가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해커들이 멜트다운 결함을 이용하면 컴퓨터 메모리에 침투해 로그인 비밀번호, 사진, 이메일 등을 훔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부터 ‘배터리 게이트’로 도마 에 오른 애플도 추가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4일 미국 오하이오주 연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500만달러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추가 접수되면서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9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지난달 20일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적으로 떨어뜨렸다고 시인한 이후 현재까지 제기됐거나 추진 중인 소송 건수는 한국 프랑스 호주 이스라엘 등 6개국에서 총 26건에 달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