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많이 이용하는 청소년에게는 과소한 정책이고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 청소년에겐 과도한 정책이다.” 한국행정학회는 정부 의뢰로 작성한 ‘게임이용시간 제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게임이용시간 제한과 과몰입 방지라는 규제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부작용으로 예상한 게임산업 위축은 실제로 드러난 만큼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자율 개선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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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정책 수단 설계부터 잘못”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심야시간대 온라인 게임의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하지만 낮시간에 게임을 많이 하는 청소년은 규제할 수 없는 데다 온라인 게임이 아닌 패키지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셧다운제를 피해 청소년이 부모 등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거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청소년이용불가등급 게임, 해외 플랫폼을 이용한 게임을 하는 ‘풍선효과’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셧다운제는 적용 대상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온라인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임 이용 시간이 늘어난다고 과몰입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제부터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중·고·대학생 1650명과 학부모 7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게임 이용 시간이 1% 증가할 때 게임 과몰입 수준은 0.0003단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게임 이용 시간 증가와 과몰입 현상의 심화 간에는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부모와의 관계가 긍정적 방향으로 1단위 증가하면 게임 과몰입 수준은 0.221단위 감소했다. 게임 이용 시간보다 다른 가족과의 관계 또는 여가활동 등이 게임 과몰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더 정교한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과몰입 청소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게임 이용 시간을 획일적으로 통제했다”며 “정책 수단 설계부터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게임업계 직격탄 맞아

셧다운제가 게임업계를 ‘고사’시킨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제도가 시행된 2011년 11월 이전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대상 게임을 출시한 업체의 51.7%는 셧다운제 도입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폭은 24.4%로 나타났다. 이 업체들의 종업원 수는 제도 시행 직후 2년간 평균 12.1% 감소했다. 반면 셧다운제 적용 대상 게임을 내놓지 않은 회사의 종업원 수는 같은 기간 19.1% 늘어났다.

게임업체들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 증가’를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셧다운제 도입 이후 온라인 게임 시장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 시장의 경기 외 요인으로 인한 시장 위축 규모는 2012년 3432억원, 2013년 6470억원, 2014년 8879억원, 2015년 9142억원 등 4년간 2조7932억원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다른 요인으로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지만 2011년을 전후로 한 변화란 점에서 셧다운제 도입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제도 시행 전후의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시장이 위축된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2007~2011년 온라인 게임 분야는 연평균 29.2% 성장했지만 셧다운제 시행 이후인 2012~2015년에는 연평균 8.0% 감소세를 보였다. 2012년부터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체 게임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됐지만 성장률은 2007~2011년 연평균 14.4%에서 2012~2015년 3.2%로 급감했다. PC 온라인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상당수 게임업체는 주력 분야를 모바일로 전환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업체들이 선전하면서 지난해 한국 게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학부모와 청소년이 자율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을 선택하는 등 자율적 통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