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왼쪽부터), 짐 해킥 포드 CEO, 리처드 유 화훼이 CEO, 랜디 프리어 훌루 CEO, 존 마틴 터너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왼쪽부터), 짐 해킥 포드 CEO, 리처드 유 화훼이 CEO, 랜디 프리어 훌루 CEO, 존 마틴 터너 CEO.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의 ‘꽃’은 기조연설이다. 전 세계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마이크를 잡기 때문이다. 기조연설자의 면면만 봐도 산업 지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세계가 주목하는 신기술이 무엇인지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CES에선 인공지능(AI) 기기용 그래픽칩(GPU)을 만드는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이 주목받았다. CES 참가자들은 황 창업자의 기조연설을 ‘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으로 해석했다.

‘첫 테이프’ 끊는 인텔

오는 9일 개막하는 CES 2018의 기조연설도 여느 해 못지않게 화려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거물들이 총출동한다. 첫 테이프는 개막 전날인 8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가 끊는다. 주제는 ‘미래 혁신을 바꾸는 데이터’다.

인텔은 CES 기조연설의 단골손님이지만 올해는 의미가 더 각별하다. PC(개인용컴퓨터)와 반도체 제조업체였던 인텔이 최근 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회사로 변신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해 3월 이스라엘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개발 업체인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6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AI 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사들이는 데 쓴 돈만 10억달러(약 1조600억원)에 이른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경쟁하겠다는 선언이다.

짐 해킷 포드 CEO도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연사 중 하나다. 최근 CES엔 자동차업계 CEO들이 기조연설자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데다 자율주행차 등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해킷 CEO의 9일 기조연설 주제는 자동차가 아니라 솔루션이다. AI와 사물인터넷(IoT)으로 움직이는 스마트시티의 한 축을 담당할 자동차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할 예정이다.

포드는 자동차 제조사지만 운송 플랫폼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차량 진단, 주차장 예약, 차량 공유 등이 가능한 포드패스라는 앱(응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버스판 우버’로 불리는 공유버스 업체 채리엇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2년 연속 기조연설 나서는 화웨이

리처드 유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CEO는 2년 연속 CES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그는 9일 AI와 IoT, 스마트기기 등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화웨이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중국, 인도 등 저가폰 시장이 주무대다.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9.9%(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기준)에 이른다. 삼성전자(21.2%)와 애플(11.9%)에 이어 세계 3위다. 올해부터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10일 예정된 콘텐츠업계 CEO들의 기조연설도 관심거리다.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훌루를 이끌고 있는 랜디 프리어 CEO와 타임워너 방송부문 자회사인 터너의 존 마틴 CEO가 전통 미디어인 케이블 채널과 새로 등장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어떻게 경쟁하고 공생할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콘텐츠 시장은 글로벌 대기업의 격전지로 꼽힌다. 지난해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524억달러(약 55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관련 M&A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마존, 넷플릭스, 훌루 등도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