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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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분자진단 기업 씨젠(32,400 -4.00%)은 세계 최초로 AI를 이용해 분자진단시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달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AI 센터) 설립 추진단을 출범할 계획이다. 정부는 AI,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약개발 분야에 594억원의 예산을 쏟을 예정이다.

◆AI로 신약개발 나선 국내 제약사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씨젠은 AI 시약개발자동화 시스템으로 뇌수막염 진단 제품과 성감염증을 진단하는 동시 다중 실시간리얼타임 유전자 증폭(PCR) 시약을 개발했다. AI를 활용해 진단시약을 개발한 것은 씨젠이 세계 최초다.

씨젠은 지난 15년간 축적한 질병 원인균 빅데이터 등을 통해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알고리즘과 가상실험을 통해 복잡한 연구개발 과정을 간단하게 줄인다. 씨젠은 AI 시스템을 활용해 진단시약 개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단 4일로 단축했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개발 비용과 시간을 단축해 분자진단 검사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됐다"며 "분자진단 대중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CJ헬스케어는 지난달 유전체 분석 기업 신테카바이오와 AI 모델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개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동아에스티(89,800 -4.87%)는 2016년부터 아주대 유헬스정보연구소과 손잡고 환자의 진료기록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도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파미노젠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업계에서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도 바이오 분야 원천기술 개발사업'에 3490억원을 투입한다. 이 중 신약개발 분야에 59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달 이동호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을 추진단장으로 하는 AI 센터 설립 추진단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추진단은 1년 동안 산업계의 수요에 맞는 최적의 신약개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사용 환경 기반을 조성한다. 현재 테스(24,450 -3.36%)크포스팀(TFT)에는 한미약품(276,000 -1.78%) 녹십자(112,000 -1.32%) 대웅제약(117,500 -0.42%) 동아에스티 등 업체 18곳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이를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자 협회 차원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AI로 R&D 시간 절약…경쟁우위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시작한 것은 신약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지만, 성공확률은 낮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 비용은 2015년 1498억달러(약 159조원)에서 2020년 1820억달러(약 193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5000여 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 중 단 5개만 임상시험에 진입하고, 그중 한 개만이 최종적으로 판매허가를 받는다. 신약 개발 기간도 12년 이상 걸린다.

그러나 AI를 이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AI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분석해 임상시험에 최적화시키고, 부작용이나 작용기전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한 명의 연구자가 200~300여 건의 자료를 한 해 동안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IBM의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은 한 연구에서만도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읽고, 400만 명 이상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벤처기업 아톰와이즈는 하루 만에 에볼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신약후보물질 두 개를 발견하기도 했다.

세계 유수의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AI 활용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선점 효과가 중요한 제약시장에서는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 단축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계열사 얀센은 영국 AI 기업 버네벌런트과 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루게릭병 치료제 2종을 찾아냈다. 화이자는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플랫폼인 IBM의 신약 탐색용 왓슨을 도입해 항암 신약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는 IBM과 호흡기 및 중추 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 산하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와 교토대학이 협력하고,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00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팀을 이뤄 신약 개발에 특화된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문부과학성이 1100억원의 재정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사장은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통해 다국적 제약사들과 나란히 설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한국이 AI 활용 신약개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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