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 퓨젠바이오 대표 "항노화 천연물 연구, 올해 본격 상업화"
"지금까지 세리포리아 락세라타 연구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이제 1월 중순 항노화 기능성 화장품 '세포랩'을 정식 출시하고, 항당뇨 건강기능식품도 2018년 내놓을 계획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난 김윤수 퓨젠바이오 대표(사진)는 10년여에 걸친 연구가 이제 본격적으로 상용화된다며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김 대표는 미국 퀄컴으로부터 연간 수십억원의 기술료를 받았던 정보기술(IT) 벤처 네오엠텔(현 이트론)의 창업자다. 2013년 네오엠텔 매각 이후 벤처기업 투자가로 활동하던 그는 바이오로 분야를 바꿔 제2의 도전에 나섰다.

김 대표는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상용화에 이어 연구를 발전시켜 당뇨병 치료신약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리포리아 추출물, 세포실험서 당뇨약과 동등한 효과"

김 대표는 2013년 말 퓨젠바이오의 전신인 월드바이오텍 투자를 검토하다가 버섯균인 세리포리아의 가능성을 알게 됐다. 월드바이오텍 투자자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세리포리아에 매료돼 2014년 퓨젠바이오를 설립해 월드바이오텍을 인수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세리포리아의 유용성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게 생겨났다"며 "2015년 퓨젠바이오 대표로 취임했고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자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퓨젠바이오는 초기에 당뇨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잔나비불로초버섯을 연구했다. 연구를 심화시키면서 항당뇨에 효과를 보인 것이 잔나비불로초버섯이 아니라 공생하던 세리포리아라는 버섯균임을 알게 됐다. 세리포리아는 2002년 일본에서 처음 보고된 생소한 미생물이었다. 퓨젠바이오는 세리포리아 균사체 배양 추출물인 '클렙스'의 소재화에 성공했고, 클렙스 대량 생산공정도 확립했다.

김 대표는 "동물 및 세포 실험을 통해 클렙스가 화이자의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민과 동등한 수준의 효능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천연물에서 유래한 클렙스는 메트포민과 달리 간 독성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클렙스가 여러 물질들로 이뤄진 단순 추출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결과라고 전했다.

제2형 당뇨병을 유도한 쥐의 근육 세포에 클렙스와 메트포민을 동일한 양으로 처리하자, 포도당 수송체(GLUT4)의 양이 동등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GLUT4는 혈액의 포도당을 지방 및 근육 세포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GLUT4를 통해 세포는 포도당을 받아들여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다. GLUT4가 증가했다는 것은 세포가 당을 많이 쓰게 했다는 의미다.
김윤수 퓨젠바이오 대표 "항노화 천연물 연구, 올해 본격 상업화"
김 대표는 "이밖에도 클렙스는 세포의 대사를 촉진하는 효소인 AMPK를 활성화시키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슐린 농도에서도 혈당 감소 효과를 보였다"며 "현재까지의 연구를 통해 클렙스의 효능이 세포를 건강하게 하는 것, 즉 항노화임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상반기 단일 유효 성분 도출 기대…내년 당뇨신약 전임상

클렙스의 첫 상용화 제품은 기능성 화장품이다. 클렙스의 항당뇨 연구를 하던 중 피험자들의 피부가 좋아졌다는 반응에서 화장품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피부 노화의 주요 요인은 산화와 콜라겐 감소, 그리고 당화다. 완전히 쓰이지 못해 피부 세포에 남아있는 당 분자는 콜라겐과 결합해 활성산소를 생성하고, 최종당화산물이라는 갈색의 딱딱한 물질을 만들게 된다.

클렙스는 세포에서 당 소모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피부에서 항당화 및 항노화의 효과를 보인 것이다. 세포를 건강하게 만들어 항염 미백 보습 등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효과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클렙스를 90% 넣은 에센스를 이달 중순 정식 출시할 예정"이라며 "입소문으로 정식 출시 이전에 이미 2000병 이상이 팔렸다"고 말했다.

당뇨 환자를 위한 건강기능식품도 올해 식약처 승인 이후 내놓을 계획이다. 당뇨 신약의 경우 유효물질 분석 및 기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복합물질인 클렙스에서 당뇨에 효과가 있는 단일 물질(싱글 컴파운드)을 도출해 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어떤 단일 물질이 당뇨에 효과가 있는지 단서를 잡았다"며 "상반기 단일 물질 도출을 기대하고 있고, 싱글 컴파운드 수준의 기전 연구 후 내년 전임상(동물실험)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당뇨 신약으로 성장성을 마련한 뒤 주식 시장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