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지만 업계에선 팀 쿡 최고경영자(CEO·사진)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호주에서 대규모 집단소송 절차가 시작되는 등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달 31일 “지난 12월28일 애플이 발표한 사과문에 쿡 CEO를 포함해 고위 임원진의 서명이 들어 있지 않다”며 “공개 사과하는 것은 CEO에게 주어진 책무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신감을 느끼는 애플 이용자들에게 쿡 CEO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사과문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쿡 CEO는 2012년 애플이 자체 개발한 지도 서비스가 잇따라 오류를 일으키자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공개 서한을 내고 공식 사과했다.

애플이 공개 사과와 함께 발표한 피해 지원책은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는 현지 언론의 비판도 나왔다. USA투데이는 지난달 31일 “쿡 CEO에게 급여와 인센티브 등을 합해 1억200만달러(약 1094억원)를 지급한 애플이 배터리 교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노후 배터리 교체비용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낮추기보다 무료로 배터리를 교체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호주에서도 아이폰 이용자들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 절차가 시작됐다. 호주 퀸즐랜드에 있는 법무법인 샤인 로이어즈는 1일 집단소송을 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샤인 로이어즈 측은 손해배상 청구액이 10억달러(약 1조685억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배터리 파문과 관련해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됐거나 추진 중인 국가는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한국 호주 등 5개국으로 늘었다.

프랑스에서는 애플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소비자단체 HOP는 지난달 28일 애플이 프랑스의 ‘의도적 노후화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