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7년 국내 게임 업계에는 역사적인 성과들이 많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고속 성장은 이른바 '3N(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 그들만의 잔치에 머물렀다. 중소형 게임사들은 국내 대작과 외산 게임 공세에 이중고를 겪었다. 중국 게임 시장 수출길은 10개월째 막힌 상태다.

◆ 게임사·장르 양극화 심화

올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5조원에 육박할 만큼 커졌지만 그 수혜는 일부 대형사들에게만 돌아갔다. 잘되는 게임만 더 많은 돈을 벌어가는 구조였다.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작들이 잇따라 흥행하며 실적 잔치를 벌였다. 반면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 게임사들은 기존 게임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못했다.

실제로 올해 모바일게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매출 상위 모바일게임에 대한 쏠림이 심하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16년의 경우 1~3위 게임이 전체 모바일게임 매출의 약 32.5%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지난 10월 기준 그 비중이 53.4%로 늘어났다.

장르별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모바일게임 전체 매출에서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의 비중은 지난해 46.0%에서 올해 73.7%로 확대됐다. 반면 퍼즐이나 캐주얼게임 장르 비중은 1~2%대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작 모바일 MMORPG의 잇따른 흥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모바일 RPG '소녀전선'. / 사진=구글플레이 캡쳐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모바일 RPG '소녀전선'. / 사진=구글플레이 캡쳐
◆ 틈새 파고든 中·日 게임 강세

국내 중소형 게임사들의 신작 가뭄이 이어질 동안 틈새를 파고든 건 중국과 일본산 게임이었다. 그동안 유독 한국에서 외면을 받던 중국과 일본 모바일게임들이 올 들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중국산 게임의 기세가 무서웠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붕괴 3rd'와 '소녀전선'은 국내 출시 후 한 때 구글플레이 매출 3위까지 오르며 중국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뒀다. 둘 다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하고 과금 요소가 적다는 게 특징이다. 그 외 '음양사' '여명' '열혈강호' 등 중국 모바일게임이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일본 RPG '페이트그랜드오더'도 양호한 성적을 냈다. 2015년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장기 흥행 중인 이 게임은 국내에서 넷마블이 지난달 2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 역시 출시 직후 매출 3위까지 올랐다.

한중일 3국의 모바일게임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게임사들의 글로벌 사업 전략과 이용자 성향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각 나라 게임사들이 해외에 먹히는 게임을 만들고 자국에 통할 만한 게임을 선별해 들여올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각국 게임 이용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나라별 특수성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10개월째 닫힌 中 수출길

반대로 중국 게임 시장은 1년 내내 냉기가 감돌았다.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지난 2월부터 한국 게임에 판호(版號·게임서비스 허가권)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수출이 10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리니지2: 레볼루션' 같은 글로벌 흥행작도 정작 세계 1위 모바일게임 시장인 중국에는 발을 들이지 못한 셈이다. 넷마블은 올초 중국 당국에 리니지2: 레볼루션에 대한 판호를 신청했지만 발급이 무기한 연기됐다. 펄어비스 역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PC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의 판호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한중 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달까지 기대했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통상 판호가 발급되면 준비기간 2~3개월 후 바로 게임이 출시된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 내 중국에서 새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한국 게임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확률형 아이템 또 도마위

올해도 정치권에서는 게임 업계의 확률형 아이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가 게임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확률형 아이템 논의는 19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20대 국회로 넘어왔다. 현재 국회에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 3개가 발의된 상태다. 법안은 아이템의 등장 확률 공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획득 확률이 10% 이하인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모바일게임 아이템 결제 한도를 지정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맞서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고 지난 7월부터 실시했다. 개선안에는 모든 개별 아이템의 등장 확률을 공개하거나 아이템을 등급별로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등급별 아이템을 공개할 때는 일정 금액 이상을쓴 이용자에게 아이템 획득도 보장해야 한다. 자율 규제인 만큼 강제성은 없고 위반 시에는 게임명을 공개한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