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3사 간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LG유플러스가 지난 18일 네이버와 손잡고 AI 스피커 기반의 스마트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3사 모두 본격적인 AI 사업 추진을 위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AI 개발 조직을 확대 재편하는 등 핵심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네이버와 ‘AI 동맹’

LG유플러스는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에 홈 사물인터넷(IoT)과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접목한 스마트홈 서비스 ‘U+우리집AI’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네이버 음성인식 AI 스피커 ‘프렌즈+(플러스)’에 IPTV 및 홈 IoT 기기 제어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올초부터 AI 스피커 출시를 준비해온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대신 네이버 클로바를 적용한 프렌즈+를 활용하는 기술 아웃소싱 전략을 선택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AI 스피커 기반의 스마트홈 서비스 ‘U+우리집AI’를 소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AI 스피커 기반의 스마트홈 서비스 ‘U+우리집AI’를 소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U+우리집AI는 다양한 종류의 홈 IoT 기기를 음성으로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조명, 스위치, 에어컨, 가습기, 로봇청소기 등 40여 종에 달하는 IoT 기기가 AI 스피커와 연동돼 말 한마디로 여러 개의 기기를 한번에 작동할 수 있다. 예컨대 “클로바, 나 잔다”라고 말하면 취침 모드가 실행돼 자동으로 TV와 집안 조명이 꺼지고 가습기가 작동된다. IPTV 서비스인 U+tv와도 연동돼 주문형 비디오(VOD)를 주요 키워드로 검색해 찾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조직 개편을 해 AI사업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AI와 밀접한 홈·미디어, 사물인터넷(IoT), 기업부문 간 협업이 중요하다”며 “CEO 직속으로 편제해 독립시키고 각 부문과 신속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누구’ 플랫폼 서비스 확대

SK텔레콤이 작년 9월 선보인 AI 스피커 ‘누구’는 이달 현재 누적 판매 대수가 35만 대를 넘어섰다. 누구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AI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사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T맵에 누구 플랫폼을 적용한 AI 내비게이션 ‘T맵×누구’의 다운로드 수는 1000만 건을 넘었다. 화면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음악 재생, 날씨 정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누구’를 사물인터넷(IoT),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누구’를 사물인터넷(IoT),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이달 초 ‘AI 리서치센터’를 신설해 국내외 기업들과 AI 협력을 강화하고, CEO 직속 ‘테크 인사이트 그룹’을 설치해 신사업 전략을 짜기로 했다. 개방·협력 방식의 신기술 선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AI 분야에선 그룹 계열사인 SK C&C, 스타트업들과 AI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박정호 사장이 올해 초 경영 화두로 밝힌 ‘뉴 ICT 생태계’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뉴 ICT 생태계는 AI, 자율주행, IoT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연구하는 국내외 대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민관 연구기관이 참여해 기술 합종연횡을 이루고 시장 규모를 키우는 일종의 산업기술 장터다. 기술 개방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서로 협력할 분야를 찾고, 공동 기술표준을 제정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KT, ‘기가지니’ 가입자 50만 돌파 눈앞

KT는 이달 조직 개편을 통해 AI 기술 개발·전문인력 육성기관인 AI테크센터를 융합기술원장 직속 조직으로 위상을 높였고, AI 서비스 발굴을 위한 기가지니사업단은 AI사업단으로 확대 재편했다. KT는 “기가지니에 국한된 AI사업을 다른 분야로 확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T는 지난달 LTE 통신기능을 적용해 통신망이 구축된 곳이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가지니 LTE’를 출시했다. KT 제공
KT는 지난달 LTE 통신기능을 적용해 통신망이 구축된 곳이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가지니 LTE’를 출시했다. KT 제공
KT가 올해 1월 출시한 AI TV서비스 기가지니는 가입자 5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기가지니는 인터넷TV(IPTV) 셋톱박스 역할을 하며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음악 감상, 생활정보 알림, 교통 정보 등을 제공한다. 기존 AI 스피커가 음성인식 위주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가지니는 TV 연동과 내장 카메라로 TV 및 음악 감상, 일정관리, 교통안내, 홈 IoT기기 제어, 영상통화 등을 아우르는 시청각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ETRI의 다국어 음성인식 및 자동번역 기술을 이용해 기가지니의 외국어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가지니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는 동시에 다국어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내 학습자를 위한 외국어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기가지니에 LTE 통신기능을 적용한 ‘기가지니 LTE’를 출시했다. 경쟁사 AI 스피커 제품이 와이파이 환경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데 비해 이 제품은 통신망이 구축된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